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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꽃

** ** 시간의 강물 저편 우리 집 마당엔 오동나무 하나 있었다 그 큰 나무엔 울엄니 저고리 보랏빛 오동꽃 흐드러지게 걸렷고 까치밥이 익을 때면 또아리 같은 오동이 연등처럼 걸렸었다 옆집 사내아이 방아깨비 마냥 뛰어 내리며 “가시내는 못한다. 가시내는 겁쟁이” 오! 나는 파르르 목청이 돋아 전신주 참새보다 높이 올랐다 하늘은 도라지꽃처럼 푸르고 땅은 눈물처럼 흔들려도 강물에 뛰어들 듯 몸 던졌는데 연꽃으로 되지 못한 나는 오래도록 희디흰 봉대를 끌고 다녔지 아직도 나는 수렁을 헤매고 계단을 헛디디며 햇살이 열매를 익히듯 인생은 깊은 맛이 배일거라 여유를 보이지만 가슴은 청동의 녹 목숨의 줄기는 시래기처럼 마르고 있다 ** * 詩 ⌜시래기처럼 마르고 있다⌟ / 김정강 ** 詩가 없다면 삶은 얼마나 삭막할..

이브의 보리밭

** ** * 인간의 그리움처럼 길이 고개를 넘어 간다 길 따라 나선 몸 한없는 그리움 저 고개를 넘으면 이 그리움 재워 줄 마을 있을까 아, 영혼은 고독한 거 넘어도 넘어도 고개 또 고개 ** 시 “고개 ” /월탄 조병화 ** 오늘 함께 보고자 하는 작품은 교수이며 화가이신 이숙자 화백의 연작인 입니다 화가가 보리밭에 애착을 갖고 연작하시게 된 것은 보리밭 너머로 펼쳐진 야산과 들녘의 평화스러운 모습, 보리밭 가를 날라 다니는 나비나 뻐꾸기, 종달새, 들꽃이 피어 있는 보리밭의 향수 때문만도 아니고 6.25를 겪으며 가난에 찌들었던 ‘보릿고개’ 생각 때문도 아니라고 합니다. 초록빛 보리밭에선 조상들의 슬픈 혼백들의 떠도는 것만 같은 우리의 민족적 애환의 정서가 보리밭에 고스란히 담겨..

소심란(오늘의 의미)

** ** * 소심란 素心蘭 낮달이 잠든 잎 그늘을 돌아 호올로 돌아 소심란 곱게 웃다 적은 방안 기다림의 빛 세월과 시간 마구 감기는데 서녘 삼만리 난향이 머물다 다소곳이 암좌하고 청초한 아내처럼 오늘 아침도 피어 있는 소심란 * *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약 1억5천만km라 한다 1광년의 거리가 9조5천 억km로 보고 공간으로서 우주의 한 면모를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합의된 우주탄생의 시기를 약 150만광년전(138억년전) 으로 본다면 대강 우주 공간의 한 면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가장자리까지의 공변거리는 어떤 방향으로 든 약 465억 광년으로 우주의 크기는 920억 광년 크기의 구 형태란다. 고무풍선을 그려보자 그리고 입체를 가진 공간을 생각하자 사물이 들어설 수 있는 거리..

묵란화 역사적 흐름 살펴보기

** ***  [[ 묵란의 역사적 흐름 ]]  공곡유란空谷幽蘭 의란조倚蘭操  習習風俗光陰以雨, 골짜기바람 살랑대며 부니 날 흐리다가 비까지 내리네. 之子于歸遠送于野, 가던 길 뒤돌아 가려하니 저 먼 들까지 배웅 하누나何彼蒼天不得其所, 푸른 하늘은 어이하여 날 버리는가,逍遙九州無有定處, 정처 없이 천하를 떠도니 오갈데 없는 신세로다.世人闇蔽不知賢者, 세상 사람들 어둡고 마음이 막혀 어진 이를 몰라 본다네年紀逝邁一身將老,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고 이 몸만 늙어 가는구나.              - 공자(孔子 551-479)  의란조猗蘭操 蘭之猗猗 揚揚其香, 난 향기 그윽한데 아름답기 또한 그지없어라不採而佩 於蘭何傷, 꺾어 품에 차는 이 없어도 서러워하지 말아라今天之旋 其曷為然, 소용돌이치는 오늘의 세상, 어찌..

조어도(조선의 낚시 그림)

** ** 오늘 아침 초등학교로 노마를 타고 출근하던 도중에 맞이한 금년 첫 눈, 차창가로 바람에 몰려와 창문에 부딪치는 눈보라 흩날림이 인상적이 었다. 표제 사진은 1988년 12월 말 완공된 합천땜 하류 6.5km에 위한 보조땜 주변 풍경으로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이런 풍경을 원한다면 추운날 바람이 없는 날을 택해야 한다. 방류하는 물이 찬 공기와 만날 때 물안개가 피는 것이다. 합천 하면 1978~79년 초까지 합천고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합천에는 폭 넓고 긴 황강이 구비 구비 흐르고 강 따라 햐얀 백사장이 펼처져 함께 했었다. 영어를 가르치느라 방학 때에도 특강을 해야했지만 시간이 나면 낚싯대를 들고 강가에서 은어 낚시를 좀 했고 물흐름이 약한 지천의 소에 서는 붕어 낚시도 했었다..

시간

** ** 철거중인 수인선 폐선로가 뻘밭 속에 파뭍혀 있다 제 살 속에 완강하게 끌어안고 집착처럼 버티는 동안 모든 길은 이 개펄에 끊긴다 빗속에서 뒷걸음치는 농게 몇 마리 뚫린 입으로 게거품을 뿜어 올린다 흐린 하늘을 가득히 띄운다 수차가 부서진 채 나뒹굴고 바닥에 귀 대어보면 시간이 팽팽하게 걸러지는 소리 소금들이 체중을 내리는 소리 바람이 딱새 몇 마리 수평선 위에 가볍게 내려놓는다 그 너머 햇살 맑은 바다에서 온종일 마룻장 삐꺽이는 소리가 들린다 옛 물길 거슬러오다가 발 헛디딘 허공이 밤 도독처럼 흥건히 잠겨 있다 몸부림치지 않고는 한 발짝도 건너뛸 수 없다고 뻘밭 속에 탈선한 고통 몇량이 더둠 더둠 느리게 얼굴 지운다 소래포구가 저를 지운다 ** ** " 시간 " / 노향림 ** “삶이 반복이며..

겨울 바다

** ** *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다 그대 생각을 했건 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고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시간 ..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忍苦의 물이 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 " 겨울바다" / 시인 김남조 ** 시를 구성하는 시어를 하나씩 나열해 보면 인식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겠다 겨울바다 / 미지의 새/ 허무의 불 / 시간 / 끄덕이며 바다에 섰네/ 기도의 문 / 인고의 물 부정의 인식은 극한 상황으로 내달고 갈등 , 좌절 그리고 뉘우침을 ..

팥(잊혀져 가는)

** ** 내일이 절기 상 금년의 동지에 해당된다. 동지에 팥죽을 먹지 못하면 뭔가 마무리가 덜된 기분이라 마음이 왠지 허전하다. 붉은색에는 벽사의 기능도 있지만 어둠이 다해서 익 일부터는 낮의 길이도 점차적으로 길어지니 피곤한 심신을 가다듬고 새 출발 앞두고 팥을 먹어 원활한 혈액순환 과 순환계 질환 개선 및 해독을 도모하는 것은 말없는 선인들의 지혜라 하겠다. 사실 재배하는 밭작물 가운데 콩. 팥. 녹두는 매우 유용한 식물 중 으뜸이라 하겠다. 질소고정 능력이 콩이 가장 좋기는 하나 작금에 와서는 한반도의 연중 기온이 많이 올라가니 , 내건성에 강하고 따뜻한 기후에 맞는 팥이나 녹두를 일부 선택 작농하는 것도 좋다. 재배조건 상 6월 초~중순에 파종하고 10월에 수확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보여 진..

굴비(씨내리)

** ** * 수수밭 김메던 계집이 솔개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왠 굴비여? 게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로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디. 또 웬 굴비여? ..

삶(역으로 보는)

** ** ** 옛 부처도 이렇게 가고 지금 부처도 이렇게 가고 오는 것이냐 가는 것이냐 청산은 우뚝 섰고 녹수는 흘러 가네 어떤 것이 그르며 어떤 것이 옳은가 야반삼경에 촛불 춤추는 것을 보아라 ** *** “ 경봉스님 법어록에서 ” ** 수왕자순( 數往者順 ) 가는 것을 헤아림은 순응함이요 지래자역( 知來者易 ) 오고 오는 것을 아는 것이 거스름이다 시고 ( 是故 ) 그래서 역역수야( 易逆數也 ) 역은 헤아림의 거스름이다 ** " 說卦傳 3장 " 좀더 부연 설명하면 역은 역수다 과거를 알아서 미래를 아는 것이다 미리 과거를 연구해서 미래를 아는 것이라는 의미다. 易역 而이 逆역 也야 즉 생명의 기초는 逆이라는 말이다 생명의 본질은 거슬러 올라가는 것 ,역에 있다는 말이다 괘사전하 제2장에 易 窮則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