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의 강물 저편 우리 집 마당엔 오동나무 하나 있었다 그 큰 나무엔 울엄니 저고리 보랏빛 오동꽃 흐드러지게 걸렷고 까치밥이 익을 때면 또아리 같은 오동이 연등처럼 걸렸었다 옆집 사내아이 방아깨비 마냥 뛰어 내리며 “가시내는 못한다. 가시내는 겁쟁이” 오! 나는 파르르 목청이 돋아 전신주 참새보다 높이 올랐다 하늘은 도라지꽃처럼 푸르고 땅은 눈물처럼 흔들려도 강물에 뛰어들 듯 몸 던졌는데 연꽃으로 되지 못한 나는 오래도록 희디흰 봉대를 끌고 다녔지 아직도 나는 수렁을 헤매고 계단을 헛디디며 햇살이 열매를 익히듯 인생은 깊은 맛이 배일거라 여유를 보이지만 가슴은 청동의 녹 목숨의 줄기는 시래기처럼 마르고 있다 ** * 詩 ⌜시래기처럼 마르고 있다⌟ / 김정강 ** 詩가 없다면 삶은 얼마나 삭막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