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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 난 재배

** ** * 요령과 같은 형식으로 약술하고져 한다 ** * 책이나 전시회 등에서 난을 접하고 나면 누구나 "나도 한번 쯤 저렇게 멋진 난을 키워보았으면" 하는 욕심을 갖게 된다 청아한 향과 초세의 기품이 멋을 더해 난을 가꾸는 과정에서 얻는 정신의 정화작업을 엿들어 볼라면 쉽게 그 미련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혹시 친지나 이웃에 난을 가꾸는 분이 있어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으나 모두에게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세상이치 좋은 난우회에 가입하여 난 가꾸기 기본부터, 재배관리인 거름주기, 물관리. 포기나누기 등 배양에서부터 어떤 종류의 난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다. 도시농부가 아니라면 춘란을 고집하게 되면 재배도 어렵고 난 재배의 참 멋과 맛을 잃기 쉽다. 동호인들과의 ..

살다 보면

** ** * **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 *** “ 살다가 보면 ” / 이근배 ** 참으로 오랜만에 해가 바뀌고 깊은 산속 계곡에서 땀에 적은 등산복을 훌훌 벗고 심신을 흐르는 물에 씻어 보았다 지나온 세월 탓인지 점점 외소해지는 느낌이다 남부지방에는 벌써 아카시아 꽃이 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첩첩이 쌓인 산과 산 발밑으로 이어지는 능성을 연두색 하얀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신록과 나무 꽃이 정겹게 보인다. 小滿..

가을의 향기

** ** * 남쪽에선 과수원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울이 타는 마음 산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가을의 향기 가을의 얼굴 가을의 마음 ** *** “ 가을의 향기 ” / 김현승 ** 시나브로 잊혀진 얼굴들이 아슴히 생각나고 텅 빈 가슴에 스며드는 적막함조차 사랑하고 받아드리고 싶은 계절 가을이다 그렇다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진정 무소유 무집착 소소한 일상의 어려움까지도 불평없이 받아드리고 순응하는 인내를 자연에서 배우고 싶은 계절이다 모래가 한가위이고 오는 일요일(10월8일)이 한로이다 寒露하면 24절기 중..

사라진 길을 보았다.

** ** * 사라진 길이 아픈 건 발자국 때문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너가다가 마음을 헛디뎌 넘어진 날 나도 모르게 걸음이 먼저 찾아 와 볕 잘 드는 그림 속에 머물던 흐르는 길 하나 있기에 길을 가다가 버려진 목소리에 귀를 연 적이 있나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서서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그러나 자꾸자꾸 사무치면 흙이 되겠지 그리움이 맺히고 다져져 길이 된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어 서러운 날 온통 당신이 발자국이 찍힌 나를 보여 주고 싶다 ** *** “ 사라진 길을 보았다 ”/ 정지원 ** 시란 서정적인 사유를 비유를 통해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으로 개인이 의식 무의식으로 쓰는 현재적 신화라고 한다 이 시인에게 시란 매혹적인 知와 차가운 心을 가진 아픈 연인으로 그것은 막막한 설레임 ..

진화적 측면에서 본 공룡의 후예(새)들의 짝짓기

** ** * 시간을 내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차도를 횡단하는 육교 위를 지나는 경우가 많다. 육교에서 좌우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가로수 수종인 날씨가 추워져 노랗게 단풍이든 은행나무들이 길 따라 멀리까지 이어져있는 행렬이 보인다. 최근에도 개량된 알이 굵고 수확이 빠른 배양된 종묘를 심는 경우 외는 대부분 꺽꽂이 해서 키운 것을 식재한다 왜냐하면 은행나무는 수확(식재후 15~20년 후) 시기가 너무 먼 점도 있지만 씨뿌림해서는 잘 자라지도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 종자에 따라서는 숙주 동물의 내장을 거쳐야 제대로 성장하는 것들이 종종있다. 가장 쉬은 예가 겨우살이인데 약재로 수확하려고 잘 익은 열매를 따서 숙주나무에게 붙여 놓아봐도 새 내장을 통과하지 않은 씨앗은 발아도 잘 않된다. 넓은 차도를..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감상

** ** *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孫昌根 선생으로부터 추사秋史 金正喜( 1786 ~ 1856)의 걸작를 기증받는다. 이 그림은 “불이선란도 不二禪蘭圖” 또는 “부작란도不作蘭圖”라고 부르는데 그림 윗부분과 왼쪽 부분에 쓴 김정희의 제시題詩 에 따른 것이다.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크기는 세로 54.9㎝, 가로 30.6㎝인데 추사 김정희가 펼친 예술의 세계와 도달한 정신적 경지를 가장 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 으로 서예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 중 하나이다. 사대부들은 글씨를 쓰다 남은 먹으로 문인화를 그리는 것을 餘技로 삼았다. 선비들은 그들의 정신적 이상세계를 심의적 사의적寫意的으로 그리는데 치중 하였다. 그래서 문인화는 자연 추상성에서도 서예와 일목상통하게 된다. 그들은 그림을 그리고 화제, 나아..

간이역

** ** * 산으로 겹겹이 싸인 간이역 하루에 몇 번 기차가 지나가면 그뿐 밭둑의 민들레꽃도 산길의 딱정벌레도 그 자리에 잠이든다 양지바른 절터엔 얼굴이 좀 얽은 돌부처가 서있다 산그늘이 가로 긋은 오후 3시 막차 시간이 돼가는가 잠자리 한 마리 날아 온다 구름과 바람과 세월 속에 무게를 느낄 수 없는 시간이 이 산골엔 이미 정해진 것처럼 새가 날아가는 쪽으로 해가진다 ** *** 간이역 1 / 시인 함동선(1930~ ? ) ** 연로하신 시인은 그의 詩論에서 “ 詩란 살아 있는 사람의 確認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확인이란 시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총체적인 물음이다. 시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과의 교류에서 현상화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대상과의 관계를 새롭게 ..

바다에 비가 내리네

****  바다에 비가 내리네내려선 간 곳이 없듯이 하늘에 구름이 지니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바람이 나뭇잎을 지나며지나선 건 곳이 없듯이 아, 사랑하던 사람이나미워하던 사람이나세월이 지나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너와 나지금가물거리는 거리 비가 내리며구름이 지나며바람이 지나며세월이 지나며 ***   “ 바다에 비가 내리네 ”/ 편운   조병화**六氣란 1년을 6등분한 것과  6가지 기후를 말한다1년을 6등분한 것은 대한, 춘분, 소만, 대서, 추분, 입동,소설       ( 1.2월, 3.4월   ~   9.10월, 11.12월 )이다 육기학에서는 기후는 6氣五行 만을 이용한다년기           사천                                    사지자오       소음 군화     ..

인류의 진화 (추석연휴에 함께 보는)

** ** 피아노를 치던 문과 고등학생이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다. 4년 동안 ‘삽질’을 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 인류학과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해부학·운동역학·생물학·통계학 수업을 닥치는 대로 들었다. 주어진 문제를 자료를 통해 대답할 수 있는 것으로 재정의하는 ‘과학적 사고’를 훈련받았다. 2001년부터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류 성차, 두뇌 용량 변화, 노년기 등을 연구했다. ‘한국인 고인류학 박사 1호’ 이상희 교수 얘기다.(2016.8.1. 시사In 446호) 교수는 2016년 펴낸 〈인류의 기원〉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에 재직 중인 이상희 교수 ‘인간다움’이 어느 때보다 화두인 지금, 고인류학의 ..

새의 비상

** **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 가끔은 편지대신 이슬 묻은 깃털 한 개 나의 창가에 두고 가는 새들 단순함, 투명함, 간결함으로 나의 삶을 떠받쳐 준 고마운 새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 . . ** *** “ 새 ” / 수녀 : 이해인 ** 삶의 근본적 속성은 만남(사랑)과 이별, 생성(탄생)과 소멸로 표시되는 이원적인 물과 불로 표상되었으며, 삶의 이미지는 뱀이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동그라미 꼴로 현상화 되었음을 보여 준다 뱀의 기어가는 모습에서 물의 흐름(水)을 입에서 뻗어 나오는 혀에서 불꽃(火)을 옛 선인들은 봤다 뱀은 먹는 것과 관계되는 삶의 원초적인 기능으로 상징화 되었는데 삶이라는 것이 근원적으로 다른 피조물을 먹는 행위, 먹고 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