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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 ** * 산으로 겹겹이 싸인 간이역 하루에 몇 번 기차가 지나가면 그뿐 밭둑의 민들레꽃도 산길의 딱정벌레도 그 자리에 잠이든다 양지바른 절터엔 얼굴이 좀 얽은 돌부처가 서있다 산그늘이 가로 긋은 오후 3시 막차 시간이 돼가는가 잠자리 한 마리 날아 온다 구름과 바람과 세월 속에 무게를 느낄 수 없는 시간이 이 산골엔 이미 정해진 것처럼 새가 날아가는 쪽으로 해가진다 ** *** 간이역 1 / 시인 함동선(1930~ ? ) ** 연로하신 시인은 그의 詩論에서 “ 詩란 살아 있는 사람의 確認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확인이란 시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총체적인 물음이다. 시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과의 교류에서 현상화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대상과의 관계를 새롭게 ..

바다에 비가 내리네

****  바다에 비가 내리네내려선 간 곳이 없듯이 하늘에 구름이 지니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바람이 나뭇잎을 지나며지나선 건 곳이 없듯이 아, 사랑하던 사람이나미워하던 사람이나세월이 지나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너와 나지금가물거리는 거리 비가 내리며구름이 지나며바람이 지나며세월이 지나며 ***   “ 바다에 비가 내리네 ”/ 편운   조병화**六氣란 1년을 6등분한 것과  6가지 기후를 말한다1년을 6등분한 것은 대한, 춘분, 소만, 대서, 추분, 입동,소설       ( 1.2월, 3.4월   ~   9.10월, 11.12월 )이다 육기학에서는 기후는 6氣五行 만을 이용한다년기           사천                                    사지자오       소음 군화     ..

인류의 진화 (추석연휴에 함께 보는)

** ** 피아노를 치던 문과 고등학생이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다. 4년 동안 ‘삽질’을 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 인류학과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해부학·운동역학·생물학·통계학 수업을 닥치는 대로 들었다. 주어진 문제를 자료를 통해 대답할 수 있는 것으로 재정의하는 ‘과학적 사고’를 훈련받았다. 2001년부터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류 성차, 두뇌 용량 변화, 노년기 등을 연구했다. ‘한국인 고인류학 박사 1호’ 이상희 교수 얘기다.(2016.8.1. 시사In 446호) 교수는 2016년 펴낸 〈인류의 기원〉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에 재직 중인 이상희 교수 ‘인간다움’이 어느 때보다 화두인 지금, 고인류학의 ..

새의 비상

** **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 가끔은 편지대신 이슬 묻은 깃털 한 개 나의 창가에 두고 가는 새들 단순함, 투명함, 간결함으로 나의 삶을 떠받쳐 준 고마운 새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 . . ** *** “ 새 ” / 수녀 : 이해인 ** 삶의 근본적 속성은 만남(사랑)과 이별, 생성(탄생)과 소멸로 표시되는 이원적인 물과 불로 표상되었으며, 삶의 이미지는 뱀이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동그라미 꼴로 현상화 되었음을 보여 준다 뱀의 기어가는 모습에서 물의 흐름(水)을 입에서 뻗어 나오는 혀에서 불꽃(火)을 옛 선인들은 봤다 뱀은 먹는 것과 관계되는 삶의 원초적인 기능으로 상징화 되었는데 삶이라는 것이 근원적으로 다른 피조물을 먹는 행위, 먹고 먹히..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 **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긴 생각에 잠긴 시인의 애인처럼 서울의 나무들은 고요해지고 창을 열면 그늘에 살찐 서울의 여인들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걸린 가슴에 가을이 샌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 그리워서 잠시 머무는 계절 지금 평생 집을 가지지 않은 채 떠나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길에 여기저기로 구르는 벗이 있습니다 ... 계단에 내리면 무수히 흐트러진 사람들의 발자취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뚫린 내 가슴에 먼 시인의 애인처럼 가을이 걸린다 ** 시인 / 월탄 박병화 * * 한 곳에 영원이 머물 수 없는 것이 삶의 조건인가 시인은 삶의 유랑감 , 무상감에서 고독의 문제를 제기한다. 고독과 죽음의 이미지는 어둡다 고..

추석 명절에

**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시절에 불던 풀피리소리 아니나고 매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 고향 ” / 시인 정지용(1902~1950) * 이 땅의 가난은 개인적인 원인에 기인하는 가요. 아니면 사회적 역사적인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했을까요. 일제의 무단 수탈과 분단의 고된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회적 역사적 원인이 더 크게만 생각되어 집니다. 가난으로 떨어져 산 세월로 어머님을 모실 기회가 적었던 저에게는 지금도 산바람의 거칠게 부는 늦은 오후 어머니가 자기(손도끼)로 찍어..

추분에 인왕산 과 수성동계곡 걷기

** ** 어제가 금년 추분이었다. 여름이 예년에 비해 길었고 무더워서 난배양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한시름 놓은 기분, 추분(9.23.) 전후로 가을의 파란 하늘을 되찾은 것같아 산행을 했으면 했는데 아침에 문득 인왕산 산책과 겸사로 독립문쪽으로 하산 말고 되돌아서 수성동계곡 길을 가보자고 간단한 산책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전철역에 도착하니 10시10분 마침 객차가 들어와서 경복궁으로 몸을 실었다. 2번 출구로 나오니 아직은 경복궁 방문 관광객들이 보도에 많치않아 가볍게 걸어 자하문 방면 7022번 시내버스를 타고 윤동주 기념관 길건너편에 내렸다. '윤동주 문학관'은 시인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문과 재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문우 정병욱과 함께 하숙하며, 인왕산..

가을 바람

** ** 산은 산대로 엄청난 풍요와 충만 가운데에서도 뿌리 깊은 고독과 허무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벌목정정(伐木丁丁) 라 하듯 산중 모두가 잠든 밤이면 근원적인 허적과 함께 생리적인 고독에 산은 홀로 신음하기도 한다. 산은 모든 것을 허락하고 사랑하되 스스로를 다 비우고 사는 성자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산에 들어 충만 속에 가득 고인 고요를 바라보면서 끝없이 용서하면서 겸허하게 살아야하는 삶의 교훈을 배운다. 우리가 땀 흘리며 애써 산을 오르는 것은 저 높은 봉우리를 유유하게 흘러가는 흰 구름의 생리 바람의 모습을 닮고자 하는 것이리라. 오늘은 두 시인의 삶의 노래를 들어 본다.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

어린왕자

** ** 어린왕자 * 어린왕자와의 만남 서언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와 지구에 온 어린왕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1935년 리비아 인근 사막에 불시착 후 5일 만에 구조된 경험을 토대로 한 창작품이다. (프)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그의 저서 ‘인간의 대지’로 프랑스에서는 소설 분야 그랑프리 수상하고 미국에는 ‘바람과 모래와 별들’로 번역 출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여 미국의 출판사들의 요구(강연과 인터뷰)로 1940년 12월에 2 ~3주 정도 예정으로 뉴욕에 도착하나 이때 영혼의 절친 기요메가 탄 정찰기가 지중해에서 격추된 비보를 듣는다. 당시 프랑스 정국은 친독일 비시정부로 드골의 자유프랑스파 내부에서도 분렬이 심했다. 뉴욕 북쪽에 위치한 베빈하우스에 약 3년간, 나중 부인도 합류, 체류하면서..

기생충 Parasite

** ** 기생충(패러사이트) 우한 발 사태를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는 3만 개 정도의 염기로 구성된 RNA형 유전물질이 왕관 모양의 독특한 돌기를 가진 둥근 단백질 속에 들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경을 시작한 1만여 년 전에 사육하던 개 소 돼지 말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인류에게 토착화된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야생동물을 식용 약용으로 사용하던 인류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전염 병원체이다. 이 바이러스는 1960년대 전자현미경을 통해 닭의 가건물에서 처음 그 모습이 발견되었다. 사람에게 두통 인후염 기침을 동반한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이 바이러스는 주로 침방울이나 배설물을 통해 확산되는데 돌기의 세부적 특성에 따라 감염성과 증상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바이러스의 정체도 알지 못했던 인류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