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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선 과수원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울이 타는 마음
산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가을의 향기
가을의 얼굴
가을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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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향기 ”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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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잊혀진 얼굴들이 아슴히 생각나고
텅 빈 가슴에 스며드는 적막함조차
사랑하고 받아드리고 싶은 계절 가을이다
그렇다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진정 무소유 무집착
소소한 일상의 어려움까지도 불평없이 받아드리고
순응하는 인내를 자연에서 배우고 싶은 계절이다
모래가 한가위이고 오는 일요일(10월8일)이 한로이다
寒露하면 24절기 중 17번째로 겨울철새인 기러기가
돌아오고 들녘엔 코스모스, 숙부쟁이 , 구절초 등
가을의 야생화인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절기이다
가을의 향기는
오곡과 과일의 익는 냄새 ,
초록이 시드는 냄새, 이별의 눈물에서 맡는 냄새이다
가을의 얼굴은
한가위 보름달이 주는 넉넉하고 풍만한 표정,
낙엽같이 떨어져가는 슬픈 운명의 모습 ,
붉게 타오르는 저녁놀이 주는 그리운 고향의 모습이다
가을의 마음이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지난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반갑지만은 않은 계절을 너그럽게 받아드리는
용서의 마음이며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과 외로움이다
인생이란 만남의 연속이다
좋은 만남은 무지로 인해 잘못된 것을 정(正)으로 알고
저질렀던 많은 허물들을 하나씩 인식할 수 있게 하여
회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좋은 만남은 자기 자신 내부 깊숙이 물든 부정적인
정서인 우울 , 불안 , 적개심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내안에 자리잡고 있는 슬픔, 걱정 그리고
분노와 친해지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메타코그니션(meta-cognition)이라고 한다
즉 위 세가지 정서로 신호를 보내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 접두어 meta는 with, change의 의미다
가을걷이 끝난 텅 빈 들녘과 한없이 맑은 창공에서
우리는 휴식休息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메타코그니션의 의미를 휴식에서 찾아 볼 수 있겠다
휴식을 파자하면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어
앉아서 식息 즉 자신(自)의 마음(心)을 돌아보는 것이다
즉 휴식이란 나무에 기대어 앉아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
보고 자신과 대화하는 것 이 의미로서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메타코그니션이다.
가을의 향기란 어쪄면
슬퍼서 어쩔 줄 모르고 ,
걱정으로 수면치 못하고
분노로 펄떡거리며 지난 세월을 보낸
나를 인정하고
내가 또 다른 나와 대화를 통해서 이 슬픔, 걱정, 분노가
우울 그리고 불안 , 적개심으로 전이되는 막아 주어,
내 삶의 건강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평화를 보장케하는
이 계절 자연이 주는 아주 자연스러운 향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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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가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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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0. 2.
2023.10.28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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