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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時長春

**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잎뿐이랴 창궐하는 역병(疫病) 죄에서 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 난다 긴 봄날엔 … 숨어사는 섧은 정부(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내다 본다 긴 봄날엔 . . . ** * 긴 봄날 / 허영자 ** 땀에 젖은 웃옷을 벗고 흐르는 냇물에 윗몸을 씻고는 맑고 투명한 기름진 냇물을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일행과 약속한 하산시간보다 오십 분 정도 일찍 내려와서다. 물속에 유영하는 송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 느끼는 감각은 냇물에도 겨울이 지나갔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문득 달력을 보니 우수(2월19일)가 벌써 지났고 경칩(3월5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저께 저녁에는 밤비가 와서 대지를 촉촉히 적혀주더니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고 눈과 비가 왔는데..

제주도의 나무

** ** 제주나무 * 나무를 소개하는 필자인 저도 태생이 제주인이지만 청소년기를 육지에서 오래 살다보니 제주도 風木石이 항시 그립다. 그러면서도 짧은 여정으로 막상 제주에 찾아 가보면 풍토의 변화로 이방인됨을 느낀다. 그 중에도 항시 좀 답답한 것은 일주도로변을 달리며 보는 가로수 , 개천 다리를 건너며 좌우로 스쳐 지나치는 수목들이 눈에 익은 것 같으면서도 낮설고 생소한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다 제주를 방문한 외지인들은 생기찬 상록수가 신기하고 보기는 좋은데 이름도 모르고 그렇다고 물어볼 마탕한 사람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제주 특유의 나무 이름들을 한 번 정리해야지 생각을 하다가 이 번에 손에 잡흰 '이성권'씨의 저서 '제주의 나무'를 읽고는 문득 늦었지만 이제는 몇 그루 정리해보자..

강씨봉 백설이 봄으로 흐른다.

** * . 숲의 능선을 상큼한 바람이 가르지른다. 시원한 화음으로 폐부를 씻어주는 봄바람이 분다. 계곡 버들가지에 은빛 생기가 돌고 서어나무의 가지 끝에서는 발그레한 혈색이 돈다. 겨우내 잔뜩 물이 오른 생강나무의 꽃눈들이 금방이라도 망올을 터트릴 것 같다. 능성에서 조망하는 풍경 속의 숲은 이제 붉은 혈색이 감도는 회춘이다. - 2018. 3. 13 - ** ' 철원성은 제대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전방에 위치한 정도가 아니라, 군사분계선이 철원성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성 전체가 비무장지대 안에 절묘하게 위치해있다. 궁예가 세웠던 철원성(궁예도성)이 남과 북 모두가 갈 수 없는 DMZ(비무장지대)에 위치해 있고 도성의 한가운데는 남북의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철원성은 흙과 돌을 섞..

벼과 식물에 관해

** * ** 벼과식물에 관하여 인류의 중요한 식량자원에 포함됨과 동시에 가장 많은 잡초가 포함된 식물 분류군으로 외떡잎 식물강(monocots) 단자엽식물의 한 목인 벼목(poles)으로 분류가 되는 풀이다. 다시 말하면 떡잎이 한 장 나는 속씨식물(미분류)에 속하는 한 식물군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벼목에 속하는 풀은 1억 1,500만년 이전경에 남아메리카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알려진 화석 가운데 가장 이른 것은 꽃가루와 열매가 있는 후기 백악기 (약 8,300만년전)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벼과로는 전 세계적으로 714속 11,307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벼아과로는 크게 물대아과(갈대, 물대,), 대나무아과(대나무, 벼,), 기장아과 (기장, 수수,), 나도바랭이아과(바랭이, 잔디,), 포아..

콩쥐 팥쥐 이야기 재고

** ** ╔ 조선 중엽 전라도 전주 부근에 사는 퇴리(退吏) 최만춘(崔滿春)은 아내 조씨와 결혼한 지 20여년 만에 콩쥐라는 딸을 두었다. 불행하게 콩쥐가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조씨가 병들어 세상을 떠나자 최만춘은 살림과 어린 콩쥐를 위해 과부 배씨를 후처로 맞아들였다. 계모는 자기의 소생인 팥쥐만을 감싸고 전처 소생인 콩쥐를 몹시 학대하였다. 나무 호미로 산비탈의 돌밭매기, 밑빠진 독에 물붓기, 하루 만에 베 짜고 곡식 찧기 등의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을 콩쥐에게 마치 하인 부리듯 시켰으나 그때마다 검은 소 . 두꺼비 . 직녀선녀 . 새떼 등의 도움으로 콩쥐는 맡은 일을 해결하였다. 뿐만 아니라 직녀선녀가 준 신발의 인연으로 감사와 혼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콩쥐는 팥쥐의 흉계에 넘어가 연못에 빠져 ..

긍재 김득신의 작품 감상하기

** * * 1. 생애 영조 30년(1754년)에 태어나 순조 22(1822)년까지 살다간 화원 김득신金得臣은 본관이 개성開城이고, 자는 현보賢輔, 호는 긍재兢齋, 초호는 홍월헌弘月軒이다. 대대로 화원(畵員)을 하여 유명한 개성 김씨 가문은 곡산 노씨(谷山盧氏), 신평 한씨(新平韓氏) 등의 여러 화원 가문과 혼인을 맺으며 그들 가문 사이의 네트워크를 확장시켜 갔다고 본다. 아버지 김응리(金應履)는 화원은 아니었지만, 신평 한씨 가문의 화원 한중흥(韓重興)의 딸과 혼인하였다. 외할아버지와 큰아버지( 복헌復軒 김응원(金應煥)가 당대의 유명 화원이었던 점은 김득신, 김석신, 김양신 삼형제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화원으로 첨중(僉中)을 지낸 한중흥(韓重興)의 외손자이며, 김홍도의 선배로 알려진..

추상화의 선구자, 힐마 아프 클린트

** ** * 힐마 아프 클린트는 현대미술사에서 이루어진 재발견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의 당사자였다. 2018년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힐마 아프 클린트 회고전’은 개관 이래 최다 관객수인 60만명을 기록한다. 교과서에도 미술사 책에도 나오지 않는 화가의 전시장에. 전시 도록은 미술관에서 가장 많이 팔린 도서가 됐다. 2019년부터는 아프 클린트의 그림이 뉴욕 현대미술관의 신소장품 전시관에 대여 작품 형식으로 전시되며 미술사의 아웃사이더가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 칸딘스키, 몬드리안, 말레비치보다 추상화를 먼저 시작한 스웨덴의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는 그전까지 기존 미술사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었다. 아프 클린트의 이례적인 그림은 미술관을 찾아온 미래 세대에 의해서야 널리 공유되고 ..

반유 半有

** * *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둘도 흔들린다 나무 둘도 흔들린다 나무 셋도 흔들린다 이렇게 이렇게 나무 하나의 꿈은 나무 둘의 꿈 나무 둘의 꿈은 나무 셋의 꿈 나무 하나가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둘도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셋도 고개를 젓는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이 나무들이 흔들리고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이렇게 함께 * *** “ 숲” / 시인 강 은교 ** 공항 고속화 도로 좌우로 펼쳐지는 전철 구조물 과 운하 너머로 보이는 가로수와 숲이 생기를 머금고 초하를 노래하는 것 같다 영종교 다리위 도로옆 SOS 비상주차 틈새에 주차하고 멀리 끝없이펼쳐진 뻘톱과 섬들에 카메라 엥글을 마춘다 어제가 入夏라 그런지 스쳐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현대인의 추구하는 아름..

겸재 정선과 금강산 여행

** * * 겸재 정선의 금강산 사생은 3차에 걸쳐 행해진다. 첫번째는 그의 평생의 친우 사천 이병연이 금화현감으로 재직하던 1711년 겸재 나이 36세되는 해로 동년 8월 그의 스승인 삼연 김창흡이 그의 시제자로써 조카뻘되는 청풍계의 주인인 모주 김시보와 송애 정동후를 데리고 그의 6번째 금강산 유람에 겸재가 따라간 것으로 이때 그려진 것이 그림 13폭의 신묘년 풍악도첩'으로 겸재의 진경산수를 연구하는데 길잡이가 된다. 두번째 여행은 그 다음해인 임진년 8월 가을에 사천의 부친인 수암 이숙과 동생인 순안 이병성 그리고 후배인 시인 국계 장응두 등 4명이었다. 이 때 그려진 화첩이 그림 30폭의' 해악전신첩'이라 하는데 불행이도 전해지지않고있다. 세번째 여행은 겸재 나이 72세된 해인 정묘년 정월 초하루..

고사리에 대한 소고

** * 한국의 고유음식이 뭐냐고 질문을 받으면 일 초의 기다림도 없이 비빔밥이라고 말해도 큰 무리는 없는 대답으로 무난하다고 본다. 그리고 제사상에 고사리가 빠지면 앙꼬(팥속) 없는 찐빵 꼴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고사리를 많이 먹었기에 조상들이 즐겨 드신 고사리는 제사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고사에 고사리에 대한 일화가 나오는데 고죽국의 왕자 형제 백이와 숙제는 부왕 유언으로 인해 서로 왕위 계승을 미루던 차에 주나라 무왕이 부친인 문왕의 장례도 치르기 전에 은나라를 쳐 통합하는 것을 보고 무왕을 섬길 수 없다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먹고 연명했다는 이야기기 있다. 제5공화국시절 호주에서 수입한 젖소(홀시타인)를 제주도의 중 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