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나의 이야기

살다 보면

haanbada 2023. 10. 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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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1973   캔버스 유채  추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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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

*** “ 살다가 보면 ” / 이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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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해가 바뀌고 깊은 산속 계곡에서

땀에 적은 등산복을 훌훌 벗고 심신을 흐르는 물에 씻어 보았다

지나온 세월 탓인지 점점 외소해지는 느낌이다

 

남부지방에는 벌써 아카시아 꽃이 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첩첩이 쌓인 산과 산 발밑으로 이어지는 능성을 연두색

하얀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신록과 나무 꽃이 정겹게 보인다.

 

小滿소만도 지났고 머지 않아 농번기의 최고점인 芒種망종인데

둘러본 눈에 비친 시골의 풍경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변해도 너무 변한 것 같다.

보릿고개(소만을 전후해서)를 힘겹게 넘고 절기상 이 때 즈음되면

농촌의 집들은 제비새끼가 지키고 엄마는 밭일에  아빠는 논일에

매달려서 하루 종일 비게 될 정도로 일손이 아쉬웠기도 했다

그 넓게만 보이는 논밭을 언제 다 써레질하며 묘심기 중에는 얼른

다 마치고 허리를 펴고 새참을 먹을까 걱정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무가 일년에 나이테를 만드는 것처럼

사람도 일생에 여섯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 매듭이라는 것은 하나의 차원이다 , 라고

주자가 말했고 , 堅忍刻苦 견인각고 ,

이를 상징적으로 실천하신 이 중에 한분이

공자이시다

성인께서는 15세이 뜻을 세우시고(志于學), 30세에 立 ,

40세에 不惑불혹 , 50세에 知天命 , 60세에 耳順이순 ,

70세에 不踰 거( 과학, 철학, 도덕의 단계 너머로의 길을 찾고,

진리의 세계, 사명을 인식 , 진리와 하나가 돼 입신의 경지)에 이룬다

 

은폐되지 않은 것     드러나 있는 것 (무위 자연적)

인식에 관한   초월적인 가치 ,

지성이 노리는 목적으로 초월적인 대상

진리를 설명한 말인데   조금은 어렵다

간단하게 말해서 나만이 깨달음이 아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생활법규에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가치가 아닐까.

 

書不盡言 서불진언

言不盡意 어불진의

理( 근원적인 가치, 존재)를 상징하는 두 가지 양식으로

象과 數가 있는데 이는 理(道)를 설명함에 글과 말로는

그 뜻을 충분치 전달할 수가 없어 상징적이고 형식적인

상과 수란 규정을 세워 의미를 살피고 헤아리게 하는 것이다

 

2 x 7 = 14 ( 배란, 월경 ) ,   7 x 7 = 49 (폐경)

2 x 8 = 16 ( 발기, 일거 ) ,   8 x 8 = 64 (씨 없는 사정)

남자는 기를 위주로 감수 坎水를 용사하며 증기가 精이되어

흰색이며, 여자는 혈을 위주로 이화 離火로 용사하여 血이

차며 경經이 되어 붉다, 변화의 숫자인 7를 생각해 보자

상과 수라면 단연 卦와 음양爻로 이진법적 六爻효의 구조를

갖는 주역이 으뜸이다

 

예를 들어 24괘인 지뢰復(坤上震下)을 보자

復亨 出入无疾 朋友无咎 복형 출입무질 붕우무구

복형은 부활이니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출입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이 나는 것이요

무질이란 싹이 트는 것을 아무도 방해하지 못한다

즉 세상에 종말을 없고 終始종시가 있을 뿐이다

이理는 영원이 단절이 없다는 것을 상으로 살피게 한다

 

일전에 음양오행을 설명하면서

음양적 구조는 현상세계를 가능케 하는 생명성의 존재원리요

오행은 현상세계를 스스로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관계성이라고

했다 그래서 음양이라는 생명원리는 영원하다

 

數往者順 知來者逆 是故 易逆數也

“ 설괘전 3장 ”

가고 가는 것을 헤아림은 순응함이요, 오고 오는 것을 아는

것은 거스름이다,  그래서 역은 헤아림의 거스름이다

 

역은 무엇인가 미래를 알기 위해 역이 있다 易은 易數다

미리 과거를 연구해서 미래를 아는 것이 역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의 본질을 규명하면서

생명체의 현재적인 정신활동인 의식 속에서 인식되어지는

시간의 소재인 過去란 현재의 기억이요,

現在란 현재의 직관이며 ,

未來란 현재의 기대라고 언급하셨다

 

시간의 본질은 변화이다 그래서 시간은 有始有終하다

반면에 영원은 無始無終함으로 존재 그자체로 불변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인생의 삶은 시간과 동행함으로

그 지속의 끝인 죽음은 변화의 극점이다

이는 존재를 불가피하게 변화시키는 힘인

無常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특수한 형태의 통합적 정보의 

구조를 갖게 되는 어떤 신비한 현상으로

그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세포에 薰習훈습되어

에고(ego)와 자기 복재능력을 갖게 되는 것을

생명체의 탄생으로 보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존재 자체에는 그 존재가 똑같은

상태로 머물지 못하게 하는 힘이 내재하게 된다

아포프토시스( 세포의 豫定死 )이다.

 

생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운명적 이러한 수순은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특수한 형태의 유전자적 정보구조로

삶과 죽음을 모두 목적으로 하는 이율배반적, 모순적인 정보이다

그러고 보면 생명체란 살기위한 목적의 존재라는 의미보다는

삶과 죽음을 모두 목적으로 하는 존재라는 말이 된다

 

현재 정론으로 알려진 우주기원론 중 우주 팽창설( 前 항성

물질인 이렘(초고밀도 ,고온의 물질)이 폭발로 형성되었으며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 형성론)을 발표한 미국의

물리학자 가모우를 비롯하여 파울리 , 페르미 ,하이젠베르그

등의 양자물리학자들에 의해서 밝혀진 것은 물질의 세계에는

정상적인 것도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통해 물리학의 기본 공리인

“ A는 동시에 B일 수 없다 ”는 것은 

수 있다는 모순율이 받아들여졌고

핵의 베타붕괴 연구로 인해 문제가 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소립자(中性微粒子)인 뉴트리노 탄생이란 새로운 소립자의

세계를 탐험하는 계기를 주었다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근원물질로 알려진 양자 중성자가

서로 바뀔 수 있으며 더나가 반소립자, 반양자, 반중성자 등이 있다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정립지와 반립지가 대칭으로

성립된다고 하며 반응은 정립자 수만큼 반립자가

발생  소멸된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그 실체는 입자와 파동으로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이다

 

있음과 없음이 같을 수 있다는 것 ,

있음 속에 없음이 잉태되고 있으며

없음 속에 있음이 태동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받아드리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변화는 고뇌의 주체가 된다.

세포의 경우 그 하나 하나에는 제각기 지금까지 키워왔던

습관을 게속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어 변화에 항시 반발하며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통이 오는 것이다

 

會者定離 회자정리라고 한다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공존의 연속이라고 한다

사실 이별에는 연습이 없다

그렇다면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이란 그리움에 대한 포기이다

 

삶의 시행착오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실망감과 무력감을 준다

신뢰와 믿음을 주었던 인간관계에 금이 갈 때,

품었던 꿈과 이상이 부질없이 상실되어 갈 때

절망의 골짜기를 걷는 심정이 되지만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기억하여 자산의 삶 속에서

미래의 거울로 삼자

 

이해의 기쁨은  슬픈 기쁨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평정심이라고 한다 一切唯心造

씨를 뿌리는 맘으로 살자

타인에게 주고져 했던 희망과 용기는 정작

자신이 받고져 했던 그런 것이 아닐지..

 

   < 2006. 3.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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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8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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