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수수밭 김메던 계집이 솔개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왠 굴비여? 게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로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디. 또 웬 굴비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