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나의 이야기 51

빈 들

** ** * 아프다. 지금은 노울 한 끝도 닿지 말아라 익은 벼 낫질에 밀려 다 떠나고 정으로 남긴 벼 그루터기 마져 파헤쳐진 들의 가슴엔 달빛 한 자락도 아프기만 하구나 뒤따르다 쳐진 바람 한 자락 어디선가 앓다 날아온 잡새 한 마리 그림자만 떨구고 날아가 버릴 때 다 떠나는 것을 보지 않으려고 들은 눈을 감는다 영롱한 하늘 한 자락 끌어 몸을 덮고 싶지만 속속들이 와 안기는 건 차가운 어둠 메마른 나체로 드러누운 들의 가슴을 덮는 것은 서리뿐이다 서리뿐이다. * ** * " 들의 노래 " / 시인 : 신달자 ** 시기적으로 한로寒露는 지났고 이제 상강霜降(10/23)을 맞이하겠지 상강이 뭔가 찾아보면 한로와 입동立冬 사이의 절기라고 한다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으면 우리는 또한 모든 것을 거두어 가버린..

** ** * 섬 길을 가다 보면 가끔 섬을 만날 때가 있다 바다를 그리워하며 갈 길을 잃고 낯선 모습으로 서성이는 뒷모습 쓸쓸한 것 들은 섬이 된다 섬은,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는 저물지 않는다 둥지 잃은 갈매기를 기다리듯 나를 기다려준 굽고 휘어진 골목 낡아 빠진 옴팡집 문패도 없는 그 술집도 한 때는 섬이었다 살아 가다 보면 바다가 아니더라도 가끔 섬을 만날 때가 있다 흐드러지던 봄 꽃이 속절없이 져버릴 때 가을을 재촉하는 찬 바람이 불어 올 때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는 사람도 섬이 된다. ** ' 섬 ' / 시인 : 김세완 ** * 詩人에게 詩란 오랜 시간 시인의 삶에 깊히 박혀 아픔을 주던 그리움의 파편들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가슴은 사막이 되고 사랑이 머물다 지나간 자리에는 아픔만이 머문다 그러나 ..

시간이란 무엇인가

** ** *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해진 추억으로 한세상 견뎌 왔으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도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 *** “ 허수아비”/ 이 정하 ** 미래란 무엇인가 시간은 오직 미래로만 흘러가고 시간이 흘러가는 곳이 미래인가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공간이란 사물이 들어 설 수 있는 거리가 존재하면 그것이 공간이다 시간의 존재 원리가 현상화 되는 장이 공간이요 공간적인 구조가 없다면 시간은 원천적으로 그 존재의 토대가 없게 된다..

* 꼰대가 되지 않기

** ** * 꼰대가 되지 않기 (부제: 인생에 소중한 것들) 1.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당신(타인-무관심, 자신-무기력한) 나는 무엇을 위해 살며, 인생의 옳은 길을 개척하고 있는지? 개인적인 인식인 자존감을 갖고 자신과 사회에 행한 결과에서 얻은 자부감 속에서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믿는 자신감으로 매사를 긍정적인 자세로 처리하는 삶을 생활화 하고 있는지? [긍정적인 개념] 자부감 pride : 자신의 행동과 성취로 인해 더욱 분명히 인식하는 특정한 만족감 ,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단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가짐 자존감 self-esteem :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개인적인 인식.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숙고..

꽃愛

** ** *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 " 꽃 " / 시인 : 김춘수 * 우리의 영원한 오빠 시인 김춘수 그는 지난 30여 년간 추구해온 " 무의미 시" 세계의 허무한 패배자인가 ? 시인은 " 내 詩가 언젠가는 파극을 맞을 것을 예상했다 " " 말의 의미를 해체하는 작업은 필연적으로 언어적으로 모순에 빠질 수 밖에없다 " 라고 말했다. 언어로 질..

웃음 (笑)

** ** 난초는 얌전하게 뽑아 올린 듯 갸륵한 잎새가 어여쁘다 난초는 건드러지게 처진 잎새가 더 어여쁘다 난초는 바위틈에서 자랐는지 그윽한 돌 냄새가 난다 난초는 산에서 살던 놈이라 아무래도 산 냄새가 난다 난초는 倪雲侏보다도 고결한 성품을 지니었다 난초는 도연명보다도 청담한 풍모를 갖추었다 그러기에 사철 난초를 보고 살고 싶다 그러기에 사철 난초와 같이 살고 싶다 ** *** " 난초 " / 시인 신석정 ** 오늘은 스트레스와 웃음에 대해 생각해 보자 1995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한국인 스트레스 현황”이란 자료에 의하면 성인 남녀가 받는 스트레스 반응은 아래와 같다 성별 대단히 느낌 많이 느낌 거이 느끼지 않음 男 6.01% 30.4% 15.1% 女 6.17% 29.7% 15.9% 원인별로는 인..

나는 나룻배

** ** * **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 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 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 “ 나룻배와 행인 ”/ 만해 한용운 ** 회원 여러분 家內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내리길 기원하며 Merry Christmas ^^ 크리스마스란 그리스도께 미사를 드린다는 말입니다 사실은 동지절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 로마인들도 조선인(태양족)처럼 태양을 승배했었습니..

겨울 바다

** ** *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다 그대 생각을 했건 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고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시간 ..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忍苦의 물이 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 " 겨울바다" / 시인 김남조 ** 시를 구성하는 시어를 하나씩 나열해 보면 인식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겠다 겨울바다 / 미지의 새/ 허무의 불 / 시간 / 끄덕이며 바다에 섰네/ 기도의 문 / 인고의 물 부정의 인식은 극한 상황으로 내달고 갈등 , 좌절 그리고 뉘우침을 ..

팥(잊혀져 가는)

** ** 내일이 절기 상 금년의 동지에 해당된다. 동지에 팥죽을 먹지 못하면 뭔가 마무리가 덜된 기분이라 마음이 왠지 허전하다. 붉은색에는 벽사의 기능도 있지만 어둠이 다해서 익 일부터는 낮의 길이도 점차적으로 길어지니 피곤한 심신을 가다듬고 새 출발 앞두고 팥을 먹어 원활한 혈액순환 과 순환계 질환 개선 및 해독을 도모하는 것은 말없는 선인들의 지혜라 하겠다. 사실 재배하는 밭작물 가운데 콩. 팥. 녹두는 매우 유용한 식물 중 으뜸이라 하겠다. 질소고정 능력이 콩이 가장 좋기는 하나 작금에 와서는 한반도의 연중 기온이 많이 올라가니 , 내건성에 강하고 따뜻한 기후에 맞는 팥이나 녹두를 일부 선택 작농하는 것도 좋다. 재배조건 상 6월 초~중순에 파종하고 10월에 수확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보여 진..

굴비(씨내리)

** ** * 수수밭 김메던 계집이 솔개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왠 굴비여? 게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로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디. 또 웬 굴비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