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 장맛비의 특징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시작부터 도시 내
폭우와 장대비, 극지성 집중호우 동반한다고 예고하고 있다.
미리 미리 취약한 곳을 점검하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오늘은 이 계절에 꼭 있어야 할 찐빵에 팥같은 매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제밤 비가 오고 아침에 베란다에 나갔더니 참매미
두 마리가 창밖 모기망에 붙어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여름의 시작은 모란이 지고나서 부터이고 그 끝은 매미소리가 뚝
끝치고 한날한시 같이 매미들이 사라지는 처서 전까지이다.
예로부터 입추(올해 8월8일)에는
‘입추하우인환락, 처서하우만인수 ’立秋下雨人歡樂, 處暑下雨萬人愁‘
란 속담이 있다.
직역하면 입추에 오는 비는 반갑지만 처서에 오는 비는 반갑지 않고
사람을 우수에 잠기게 한다.
입추(立秋)가 지나면 매미는 구애와 번식을 위해 더 정열적으로 울어댄다.
가장 치열하게 울어대는 시기가 바로 입추에서 목이 쉬도록 기나긴 인고의
한을 마음껏 풀고 처서(處暑)가 지나면 귀뚜라미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진다.
그래서 흔히 처서는 ‘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내는 절기다
서양에서는 매미에 대해 전래되는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같다.
우리가 흔히 ‘개미와 배짱이’ 이솝우화는 사실 ‘매미와 개미’ 이야기라고
한다. 박물학자 장 왕리 파브르는 그의 곤충기5권(연구편) 도입부에서
매미가 여치로 와전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 로마신화 속 매미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
티토노스는 트로이왕 라오메돈과 강의 신의 딸 스트리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남자로 그는 트로이의 마지막 왕인 프리아모스와 형제지간
이다.
그런 그에게는 평생에 꿈이 있었으니 올림포스의 신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미남자로는 가니메테(제우스),
이아시온(데메테르), 히야컨토스(아폴론), 아도니스(아프로디테) 등이
있어 신의 사랑을 받아 맺어지게되나 그 끝이 모두 좋지 않았다.
하여, 왕자 티토노스와 새벽의 신 에오스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연히 티토노스를 사랑한 에오스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걱정하여
제우스에게 간절히 간청해 티토노스에게 죽음 없는 영원한 삶을 줄 것을
부탁하게 되고 평소 빚( 간통하는 동안 해라가 눈치채지 못하게 해준)을
진 절대자는 그 청(영생)을 받아주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세월이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신이 아닌 인간은 영원한 젊음을 간직할 수 없고 늙어 버린다는 것
핵심은 미모에 빠진 무모한 에오스의 애욕과 그녀를 통해 영생을 얻고져
했으나 죽음과 늙음(화무십일홍)을 함께 생각치 못한 인간의 욕심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티탄족인 히페리온과 테이아의 딸로 태양신인 헬리오스와는 남매지간인
에오스는 남편 아스트라이오스에게 충실했지만, 단 한 차례 아프로디테의
연인인 아래스와 동침했는데 이에 격분한 아프로디테는 그녀가 사랑하게
되는 모든 인간은 모두 죽게 되는 저주를 내렸는 데 이유는 아프로디테가
사랑했던 미남 아도니스를 아레스가 맷돼지로 변해 받아쳐 죽였기 때문,
미남 청년을 보면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던 에오스는 어느날 티토노스를
납치하여 에티오피아로 데려가게 된다.
에티오피아의 왕이였던 두 아들 중 첫째 에마티온은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둘째 아들 맴논은 트로이전쟁 때 에티오피아 군대를 이끌고
참전하나 그 역시 그리스군의 장군 아킬레우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세월이 얼마지나지 않아 에오스는 남편 티토노스가 눈에 띄게 쇠약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칼이 회색에서 희게 변하고, 피부가 축 늘어지면서 주름투성이가 되었다.
에오스는 제우스에게 부탁을 할 때, 영원한 젊음을 함께 부탁했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가 늦었다.
티토노스가 서서히 늙어가다가 건조된 과일 껍질처럼 되어 버리자,
에오스는 그를 자기 궁전의 한 방에 가두고 청동 자물쇠 문을 잠갔다.
그리고 에오스는 그가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 자신을 기쁘게 해주고,
해마다 낡은 껍질을 벗도록 하기 위해 그를 매미로 변신시켰다고 한다.
*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음인가 생각하게 하는 신화다.
한편, 매미를 가장 이상적으로 미화시킨 사람들은 동양의 선비들로,
군자를 상징하는 매미는 예부터 문인 묵객들이 즐겨 찾는 시화소재로
사랑받아왔다.
옛 선인들은 매미를 작품 속 어디에, 어떻게 그려 넣어 의미를 더했는지
살펴보면 진晉나라 육운(陸雲, 262~303)의 <한선부寒蟬賦> 서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는 군자의 상징,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의 오덕五德을
매미가 갖추었다고 설한다.
즉
頭上有緌則是文也 머리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이 있다.
含氣飮露則其淸也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이 있다.
黍稷不食則其廉也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추고 있다.
處不巢居則其儉也 거처로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이 있다..
應候守節則其信也 철에 맞추어 나타나고 사라지니 신의가 있다.
그리서 조선시대에는 관모로 익선관이 사용되었다 한다.
익선관은 매미 날개를 닮았다고 해서 翼蟬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왕이 쓰는 관모를 익선관이라고 한다.
익선관은 복두(각이 지고 위가 평평한 관모)의 변형으로 중국 송나라 때는
절상건(折上巾)이라 하였다가
명나라에서 익선관이라 부르면서 조선에 전해졌다고 한다.
관료의 관모는 양 옆으로 붙여 땅을 향하고 있어 상하를 구분하였다
관모의 매미 날개 모양의 양쪽 깃을 관리들이 서로 쳐다볼 때마다
매미의 덕목을 떠올리며 정사를 잘 베풀라는 가르침이 담겨있던 것이다
그리고 서화로는 매미가 버드나무와 함께 그려진 예가 많은 데 그 이유는
바로 매미의 생태적 특성과 연관된다.
버드나무는 동진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이 고향에 은거하며
집 주위에 다섯 그루의 버들을 심고 스스로 오류(五柳)선생이라
부른 이래로 은자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소재였다.
고목에서 새롭게 돋아난 버들가지와 그 가지 끝에 앉아있는 매미는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다. 버들가지 아래의 텅 빈 공간과 수채화 같은 맑은 담채,
경쾌하게 흔들리는 버들잎 등은 시원하고 맑은 분위기를 만들어내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준다.
고류선성高柳蟬聲
매미와 버드나무는 많은 문인들에게 시적 영감을 주기도 했다.
그 중 대표적인 문학적 표현이 바로 ‘고류선성高柳蟬聲’이다.
고류선성高柳蟬聲이란 높은 버드나무의 매미소리라는 말로 청량함을 뜻한다
선성소류한당외(蟬聲疎柳寒塘外)/ 차가운 연못가 성근 버드나무의 매미소리
사출강남일간추(寫出江南一看秋)/ 강남을 그려내니 한 눈에 보아도 가을이네
매미는 새롭게 돋은 가지처럼 새로운 각오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있는 선비 자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꼴의 둥근 테두리 바깥으로부터 안으로 드리워진 버드나무 가지의
매미를 그린 수묵담채화 '선성소류'다.
나무 그림자 비친 수면 아래 물고기 세 마리 삼어(三魚)는 *삼여(三餘)를 상징한다.
커다란 매미가 이 그림의 주인공이고 제화시에 매미소리 선성(蟬聲)이 나온다
*
오래된 버드나무의 굵은 둥치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고,
그 옆에는 새 가지가 자라나 새잎을 틔웠다.
고목 둥치 한가운데 매미 한 마리가 몸을 붙들고 있는데,
가는 붓질을 통해 눈과 투명한 날개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매미는 물론 다른 곤충과 달리 물거나 찌르지 않아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선호도가 잠자리, 이놈은 문다, 에 뒤지지도 않는다.
여름날 물가에 앉아서 두 발을 찬 물속에 담고 수박을 먹으면서 듣는 매미소리
여름의 맛이다. 사실 매미없는 여름은 생각도 하기 어렵다(싫다).
매미 중 소리가 듣기 좋은 두 종류 소개해 본다.
*
[ 애매미 소리 ]
[ 쓰름매미 소리 ]
사실 만일을 위해 몇 종류 외국 매미소리를 수집해 두었는데 찾지못해 나중에
첨부하기로 하고 세모배매미를 끝으로 소개한다.
일전에 중국 장가계 계곡을 방문 시 들은 웅장한 매미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세모배매미는 개체수도 적고 또 울음소리 주파수대가 13~14KHZ로 초음파에 속해
우리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매미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듣는 우리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말매미 등이 그처럼 악을 쓰듯 울어제키는 이유는 재들이 생각하기에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암놈을 부르는 자기 소리가 멀리 그리고 경쟁자들 보다 암컷에게
힘좋은 놈이라고 소통되게 도달하기 위함이다.
매미는 이런 장애 요소를 극복하기 위해 진화가 되었다는 것, 즉 아무리 목청것
울어도 매미 스스로에게는 들리지 않는다고 왜냐면 우는 매미는 청력기관을
닫고 힘껏 울기 때문, 우는 매미는 자신의 청각기관이 훼손될 정도로 울음소리가
워낙 커 청각기관을 켜고 닫는 능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 세모배매미 소리 ]
이 상
.*
위지(魏志) 왕숙전(王肅傳)의 동우(董遇)에 얽힌 고사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옛날 한 농부가 학문 높은 선비인 동우를 찾아와서 공부 배우기를 청하자,
그는 “백 번의 책을 읽으면 뜻을 스스로 터득할 터이니 먼저 책을 읽으시라고 말했다.
농부 왈“저는 농사일이 바빠서 도저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동우는, “농사일이 아무리 바쁘다지만, 겨울은 1년의 여분(餘分)이고,
비 오는 날은 맑은 날의 여분이고, 밤은 낮의 여분이니 어찌 시간이 없다고 하는가?”고 하였다.
이 이야기에 연유하여 ‘삼여(三餘)’라는 말이 생겨났고,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정신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 되었으며, 이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세 마리의 물고기로 그려져서 선비들 간에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물고기를 그렸을까? 그 이유는‘남을 여(餘)자’와 ‘물고기 어(魚)자’의 중국식 발음이
서로 같음을 이용한 것이었으니, 물고기 세 마리를 ‘삼여(三餘)’의 의미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
2023. 7 7. 한바다.
'삶과 나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한란에 대해 (1) | 2023.08.14 |
---|---|
자전거 일반에 붙여 (0) | 2023.08.03 |
춘분 맞이 (0) | 2023.06.30 |
차한잔의 여유(동지를 지나며) (0) | 2023.06.30 |
강씨봉 백설이 봄으로 흐른다. (1) | 2023.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