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나의 이야기

haanbada 2024. 1. 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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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   한국 최 남단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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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가다 보면 가끔 섬을 만날 때가 있다

바다를 그리워하며

갈 길을 잃고 낯선 모습으로 서성이는 뒷모습

쓸쓸한 것 들은 섬이 된다

 

섬은,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는 저물지 않는다

둥지 잃은 갈매기를 기다리듯 나를 기다려준

굽고 휘어진 골목 낡아 빠진 옴팡집

문패도 없는 그 술집도 한 때는 섬이었다

 

살아 가다 보면 바다가 아니더라도

가끔 섬을 만날 때가 있다

흐드러지던 봄 꽃이 속절없이 져버릴 때

가을을 재촉하는 찬 바람이 불어 올 때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는 사람도 섬이 된다.

 

** ' 섬 ' / 시인 : 김세완

 

**

*

詩人에게

詩란 오랜 시간 시인의 삶에 깊히 박혀

아픔을 주던 그리움의 파편들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가슴은 사막이 되고

사랑이 머물다 지나간 자리에는 아픔만이 머문다

그러나

마음에 새겨진 상처도 세월이 가면 그리움이 된다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가 버려

가슴에 그리움을 간직하는 것 들은 섬이 된다

 

마음 애절하게 그리움이 쌓이고

가슴시린 그리움으로 주저앉고 싶을 때

내 가슴

아득한 수평선 위에

섬 하나를 들여 놓습니다

 

속절없이 사라져버린 지친 세월들

불쑥 슬픔처럼 찾아 올 때, 마음 달래는 방법 하나

바로 더 외로워지는 겁니다.

목놓아 울부짖고 싶은 서러움 있을 때

내 가슴의 섬 하나

오롯이 혼자 되어 그 아늑한 곳으로

 

시인은 사람도 강처럼 흐르고 싶을 때가 있다고

살아가다 보면, 물처럼 흐르다 보면

그러다 닿는 바다에

바다 보다 깊은 섬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고 한다

 

우기의 여름날 저문 거리, 갈 길을 잃고 서성거리는

군상의 뒷모습들의 쓸쓸함,

흐드러지게 피던 꽃 향연이 가고,

속절없이 꽃 진 그 터 , 폐허에 다가오는 늦봄

가을을 재촉하는 찬 바람에  떨어져 구르는 

마른 잎들 배경  푸르던 시절에의 그리움에서

섬을 본다고 한다

 

나는 언제나 섬일 수 밖에 없다

왠지 자꾸만 마음이 허전해 따뜻한 위로가 그리울 때

사람을 만나는 것이 피곤하기만 하고

바쁘게 흐르는 세상의 속도에 치어 고립된 섬처럼 느껴질 때

내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나 그런 기분이 들 때

돌아보면 늘 섬이 되어 그리움을 마시고 있었지요

 

지금은

낙화의 계절, 이별의 계절

사라져가는 모습을 생각하지 말자

꽂이 지고 나면, 꽃나무 와 풀들은 다투어 봄볕을

들어 마시며 초록의 향연을 펼치리라

초록 잎은 눈으로 마시는 생명력이라 했다

봄빛이 가득 찬 온누리는

다시 출발할 운명의 시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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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5.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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