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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짝에는 흔히
유성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쌓이기도 하고
꽃도
귀향 사는 곳
절터ㅅ 드랫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고
산 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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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구성동' / 시인 정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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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도 지나고 추분(9/22)이 지나면 그리던 가을의 냄새를
확실하게 느껴지도록 천기가 바뀌려나, 지난해 추석까지만 해도
해가 서산 마루에 걸쳐저 설핏해지면 서녁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서서히 붉고 노란 장미꽃색으로 물이 들면 퇴근하면서 카메라 들고
맵싸게 습지 언덕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 오는 길 , 길어지던 그림자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사방이 어둠에 싸여 가로등 하나 둘 켜지는 시간이 되면 포근한
집이 그리워지듯, 지금은 먼 곳에 계시지만 여전히
가을이 되면 마음은 언제부터인가 어머니의 정겨운 목소리가
잠겨있는 고향을 자연스레 그리워 하게 된다.
自然은 동양철학 특히 인류사회의 생활 각 방면을 관통하는
노자철학의 중심개념 가치를 보여 주는 말이다
자연이란 말은 서술어로 쓰이면 自己如此 (스스로 이와 같음)
뜻이고 명사로 쓰면 自然而然 (스스로 그러하여 그러함) 뜻이라
한다
도법자연道法自然 (도는 저절로 그러함을 본받는다)이라고 했고
도덕경 제1장에 다음과 같이 시작하는 데
道可道非常道 (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 )
名可名非常名 (이름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부정적 형식의 용어이므로 변하는 인간의 길과 이름을 밝혀 놓은
것으로 인간 만들어 온 역사와 문화의 현상은 변하는 사물에 이름을
붙여논 것에 불과하며 변함이 없는 길 , 이름의 없음(無名)이 변하지
않는 자연의 道 그 자체임을 밝히기 시작한다
谷神不死 是謂玄牝(곡신불사 시위현빈: 제6장)
도는 텅빈 골짜기 그 신은 불사이며 이를 신비로운 여인
(암컷)이라 한다
道란 텅 빈 공간이 있으므로 동식물을 자라게 해주는 골짜기,
있음을 있게 해 주고 자라게 해주면서도 소유하지 않는 자궁과
같은 존재의 문이라고 정의해 줍니다
道沖而用之 惑不盈(도충이용지 혹불영: 제4장)
도는 빈 것을 쓰되 때로는 꽉 채우지 않는다
충沖은 텅 빔(虛)이며 비어 있으므로 어울림(和)을 이루고
영盈은 스스로 가득함을 말함으로 불영이란 虛와 實이 함께
있음으로 우주의 모습이고 그 모습을 통해 도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기 그릇이 있다면 빈공간이 있으므로 그릇으로
쓸 수 있고 방이 있다면 그 빈 공간이 있으므로 방으로 쓸
수가 있는 것으로 沖을 통해 충이 도의 몸임을 알 수 있다
이제 無爲自然에서 무위의 개념을 살펴보자
무위無爲란 有而似無(유이사무: 있지만 없는 듯한)의 의미로
있지만 없는 듯한 행위이고 부정적으로 표현된 비관례적인
행위방식의 무리개념이다
우선 무無란 세 가지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巫나 舞 개념인
시공간 조건에 제약을 받지 않는 존재의 뜻으로 실재와는
상관없는 대상의 개념으로 민속, 종교, 사상, 철학에 쓰인다
그리고 위爲는 연결동사로 模作爲某( 무엇을 무엇으로 쓴다)
의 의미로 사람들의 각종행위를 포함하는 모호한 개념의
집합체( ~칭한다, ~를 이룬다, ~으로 변한다 등)라고 한다
즉 무위란 통상적(반세속적, 반관례적) 방법과 원칙과는 다른
처세방법과 태도를 포괄적으로 대표하는 집합적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전쟁이 치열했던 혼란기인 춘추전국시대에 인간타락을 구원
하려 노자가 제시한 무위자연 철학을 잠시 살펴본 것은
일제말기 한민족의 얼마져 몰살시키고 전쟁으로 온 민족이
내몰릴 민족위기의 시기에 민족어를 발굴하고 시란 언어
예술을 통해 조용하면서도 스스로 민족 혼을 깨우치도록
노력한 민족시인의 시를 읽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조금은
무리하게 노자의 도덕경을 뒤적여 보았다
왜냐면 시인의 시는 언어의 지극한 경제적 처리를 통해서
여백과 여운의 무심無心을 추구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사라진
평화와 조화의 터전에 대한 간구를 노래했지만 고요와 조화의
자연 시 이면에는 민족적 슬픔과 현실에 대한 강력한 거부의
목청을 들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 유성이 묻힌다 /
누뤼가 소란히 쌓이기도 하고 /
( 누뤼란 우박을 의미하며, 우박내리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별똥별이 환상처럼 많이 내리는 공간의
고요 속세와의 완전격리를 반어적 수법으로 표현 )
1연 ‘유성이’ 묻힌다는 새로운 우주적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대감
2연 ‘우박’이 소란히 쌓이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시간의 축적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꽃도 /
귀향 사는 곳
3연 꽃은 생명과 아름다움에 대한 초월적 이상을 내포하는 새로운
존재로서의 시인의 정신적 이상을 표상한다.
절터ㅅ 드랬는 데 /
바람도 모이지 않고 /
(경기지방 말투고, 모이다는 작고 야무지다, 여럿이 모이다 뜻
으로 절이 있었으며 바람도 세거나 모질게 불지 않는 곳 )
4연 절터도 없고 바람도 모이지 않는 적요한 풍경은 사람이 다닌
흔적 마져 사라진 자연 그대로 허허로운 상태
산 그림자 설핏하면 /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 간다
(사슴은 거북, 학과 함께 장생불로의 십장생 중 하나로 평화의 상징
‘설핏하다’ 해의 밝은 빛이 약해지다. )
5연 사슴은 고요한 우주를 살아 움직이게하는 신비한 생명의 이미지
해질녁 땅거미와 사슴의 등장은 새로운 시간이 탄생하는 순간
동양 산수화 속 풍경에서 시인이 그리던 그 이상세계를 시적으로
재현한 것, 즉 적극적 초월의 공간에 대한 정신적 지향.
한마디로 노자의 무위적 비경이요 유토피아를 그렸다
청록파의 청록의 象을 이 시에서 얻었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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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동계곡 :
금강산의 계곡미를 대표하는 만폭동 골안, 동석동 골인 과 함께 비로봉 밑으로
잇달린 깊고 긴 구성동계곡은 깊고 검푸른 검정소를 기준으로 옥영폭포까지를
하구성동 , 검정소에서 단풍리 쑥밭까지를 상구성동으로 나뉘어진다.
강원도 금강군 단풍리에 속하는 이 계곡은 아홉개의 성으로 이루어진 계곡이란
뜻을 지닌 우거진 숲과 기암괴석 너럭바위 물길 따라 크고 작은 소와 여울들이
어울려 보기드문 계곡미를 자랑한다.
금강산은 최고봉인 1638미터를 자랑하는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북 60km, 동서로
100리가 되는 산자락을 두리운다. 면적으로는 국립공원 지리산 보다 조금 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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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8.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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