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나의 이야기

외로움

haanbada 2024. 6. 6. 00:15

**

 

 

**

*

 

 수선화 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시인은

눈이 오면 눈길에서

비가 오면 빗길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오늘

우리가 살아지고 나(ID)를 내세우는 그곳에

현대의 외로움이 자리매김하는 가 보다

피곤함 불안함의 소산인

현대의 풍요로움이

어디 몸의 포근함과 맘의 안온함에 비기랴

 

사실

사랑이 있어도 외롭고 가족이 있어도 외롭다

외로움을 느끼니까 사람이고 또 시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외로움이 없으면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심지어 신이나

그림자, 소리 등의 자연현상도 외롭다고 한다

우리 인식이 거두어 드리는 모든 것이

외로움의 현상으로 다가오니

인간은 필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

 

외로움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

으로 타인과의 접촉 없이 홀로 있는 상태 만을

말하는 고독이라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혼자있는 상태가 아닌 감정의 문제이기에

고독하면 외롭고, 고독하지 않으면 외롭지 않을 것

이라는 생각은 편견이고 고정된 관념이다.

 

고독하더라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고,

주변에 사람이 많더라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외로움은 그 사람의 친구가 몇 명 있는지 혹은

그 사람의 사회성이 좋은 지와는 큰 상관이 없이

주변 지인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인지되어진다.

 

이따금

우리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낯선 거리

낯선 공기

낯선 사람들

이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 버리고 싶어 한다

현실과 냉정한 거리를 둠으로

외로움 속에서

현실로 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어한다

극심한 외로움을 느낄 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야외로 나가 바깥바람을 쏘이는 것이다.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것이 인간 삶의 근본인지

(외로움 = 인간 존재의 근원적 숙명 ?) 

근래  기술발전과 생활양식의 변화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간과할 수 없는

상태로 점차 짙어져 , 외로움을 자기

자신의 일부로 수인하기 어려운 이들

에겐 인생이 더 괴로울 수도 있겠다.

 

나 아닌 다른 것들에 의하여

외로움을 덜어 보려고 하지만

덜어도 덜어도 덜 수 없는 마음일 때

이럴 때 자기로 돌아와 

밖으로 달리던 마음을 추스리고

잠시 멈추고 바라다본 그곳에

성찰로 본 인간임 그 하나 만으로 도

행복함이 있다고 한다.

 

잠을 태워 버리는 이 한밤

나는 지금 어디 만큼 서있나

생각하는 여유로움을 갖고 싶다.

 

 

*

**

2002.06.

2024.6.5. 한바다.

'삶과 나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향기  (2) 2024.08.28
사랑이란  (0) 2024.06.13
담배 연기처럼 인생의 꿈은  (0) 2024.06.04
아갓탤 매직 쇼  (0) 2024.05.29
강가에서  (0) 202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