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나의 이야기

가을에

haanbada 2024. 10. 19. 08:59

**

*

 

*

**

남쪽에선 과수원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냄새 ...

 

산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

 

가을의 향기

가을의 얼굴

가을의 마음 

 

**

*** “ 가을의 향기 ” / 시인 김현승

**

 

가을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짙은 초록이 지쳐 기울고 아침 저녁 살갗에 스며드는

싸늘한 바람의 감촉 가을이 건네주는 사무치는 허전함으로

 

가을은 시나브로 잊혀진 얼굴들이 아슴히 생각나고

물빛 그리움이 일렁이어 , 텅 비어오는 가슴으론

적막함 조차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계절이다

 

처서를 하루 앞두고 산사, 전등사를 찾았다

평일이라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으나 경내에는 찾아온

방문객이 적지 않게 보였다

 

부처란

진리를 향한, 대 자유를 향한 하나의

수단이고 이정표라고 했다

곡절 없는 생이 없으니 산사를 찾는 건 마음자리(明鏡)

한구석에 비워내야 할 뭔가가 한없이 질기게 눌러 붙어있기

때문이고 번뇌 망상의 골이 깊이 패어 있기 때문이리라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人生이 구름이 문득 일었다 사그라짐과 같다

(부처님의 게송)고 하더라도 현실의 삶을 위해서도

一체唯心이라고 했으니 마음의 눈을 비벼 떠보자

 

발없는 발로 길없는 길을 향하는 것

자기본성을 바로보아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 견성이요

대자유를 향한 지름길이요 피안의 교두보라고 하는데

無心(本來面目)경지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짧은 삶이 만남과 회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불교에는 삼처회향(三處廻向)이 있다

보리회향, 중생회향, 실제회향이 그것이다

보리란 어려움을 감수한 결과 얻어지는 모든 것을 바로

볼 줄 알고 바르게 행하는 지혜를 말함으로

보리회향이란 자기기 지은 선근을 회향하여 보리의 과덕을

얻는 것을 말한다

 

좋은 만남은 무지로 인해 잘못 알고 저지른 많은 허물들을

하나씩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좋은 만남으로 인한 온갖 선근을 회향하여 보리의 과덕을

얻을 수 있게 수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중생회향, 실제회향은 간단히 말하면 보리회향 위에서

생명있는 모든 것에 행복이 깃들기를 바리는 생활 마음이다

 

위 詩 “ 가을의 향기 ”에서 시인은 우리에게

가을의 향기를 맡게 하고

가을의 얼굴을 보게 하고

가을의 마음을 읽게 해주고 깨달게 한다

 

/상하고 아름다운 것/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

시간이 핥고 지나간 향기 있는 가을의 마음이다

하여 가을 정신이란 자기 자신을 향한 돌아옴의

길이며 고독의 길이며 자유에의 길을 향한 떠남의 그것이다.

 

 

**

2005.8.23.

2024.10.19. 다시 보기

한바다.

'삶과 나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향기  (7) 2024.10.19
사군자 중 조선 묵란의 흐름  (0) 2024.10.09
날씨(해와달에 의한)를 생각하며  (6) 2024.09.26
정지용 시 감상 '구성동九城洞'  (3) 2024.09.09
인간의 향기  (2) 202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