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미술 관련

오원 장승업 작품 감상

haanbada 2023. 2. 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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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르네상스는 영조·정조 때부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조 때의 병자호란과 선조 집권 시 임진왜란이란 2대 전란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었고 , 특히 정조임금은 규장각 기구를 통해 초계문신제도를

실시해서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신해통공, 서얼차별 완화, 서양 과학기술 등을

수용해서 왕국의 경제도 많이 부강해져 서민들도 문화생활에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고 유능한 정조임금이 갑자기 타계 후, 순조임금의 수렴청정을

비롯하여 세 차례의 수렴청정 등으로 외척의 득세한 세도정치로 인해

삼정이 문란해져 고종 때에 와서는 조선은 외세에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

 

고종임금은 1873~1875년 3년간 개혁·개방정책을 단행했으니 아쉽게도

왕정정치를 고수한 가운데 아까운 인제들을 너무 많이 처단함과 일본의

조직적인 방해공작으로 개혁정책을 써보지도 못하고 하야하게 된다.

이 세기말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오원 장승업(1843~1897?)이다.

아마도 중인 출신으로 생각된다.

장지연의 ‘일사유사’ 장승업전에 의하면 조실부모하여 의탁할 곳이 없었다 한다.

하여 고향은 경기도 광주, 황해도 어느 곳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기록에, 수포교 부근 역관 이흥헌 집에 기숙하며 수장한 원·명의 명작을 습작할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재주가 있어 그림 그리기 후원을 받게 됐다고 한다.

나이 30세인 1873년에는 관학파 혜산 유숙(1827~1873)을 만나 그의 사사를

받고 후광도 입게 된다.

1880년 궁중에 들어가게 되고 익년에는 민영환의 궁중천거를 받게 됐다.

40대 이후에는 그림에서 원숙한 경지에 이르게 되고, 1885년에는 중인 출신

한성판윤 변원규의 집에 유숙하며 오경석, 오세창과도 친분을 쌓게 된다.

그의 제자로는 우리나라 근대화의 토대를 이룩한 안중석, 조석진 등이 있다.

 

오원 작품의 특징은 사실성과 관념성이 서로 어울려 풍성함을 주는데

이는 대상을 철저히 관찰하여 습득하는 한편 그 것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조형 의지를 관철해 나가는 창작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다시 말해 짙은 주관성으로 인해 때로는 장식을, 때로는 상징을 헤아리게

하는데 이 대목에서 묶임없는 분망함 그리고 삶의 덧 없음을 깨달은 자가

보여주는 어쪄면, 집착없는 무애의 경지에서 풍기는 사실과 관념의 경계를

넘나드면서 통합하는 낭만주의자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그 무엇이 있다.

역동적인 붓놀림으로 사실성과 관념성을 통합함에도 작품이 항시 보여주는

안정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그의 작품이 웅장함은 멸망에 저항하는

장식이고, 안정감은 변화의 불안감을 감추고져 했던 위장이었다고 한다.

산수화에서 보여주는 복고풍적인 고전양식의 모습은 무너져 내리는 민족

자존을 드높이고 민족의 정체성을 이룩하고져 했던 희망 따위가 빚어낸

그의 세기말 형식주의 이념(오원 양식)이라 한다.

작품을 세부적으로 보면 형식적 미학 이전에 상당히 사실적으로 충분히

잔붓으로 구사하고 안정적으로 완벽하게 묘를 살려내고 있음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고전파 기법을 두루 사용하면서 세부에서는 사실적 감각 기법

을 쓰고 있다고 본다.

 

* 작품 감상

방학산 초추강도

 

* 미산 이곡

미산이곡

 

옅은 먹을 풀어 던폭에 깔아 놓고 비 젖은 강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대상을 묘서하는데 있어 어느 것 하나 세심하지 않은 구석이 없고,

화폭 왼쪽의 네 그루 나무가 마치 이웃집 풍경을 보듯 친근하기 그지없어

상징성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성에도 불구 습필로 축축한 세계를 연출하여 이미 어설픈 대상 묘사

따위는 상관없는 또 하나의 세계를 구현해 낸다.

 

 천재의 분망함을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오세창이 장승업에게 왜 게 발가락이 세 개씩 그렸냐고 물으니, 장승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다른 게 좀 있어야지 같으면 재미가 있나?"

 

호취도

 

* 홍백매도

홍백매도
홍백매도 일부

 

 10폭 병풍 433.5cm 의 전폭으로 이루어진 대작은 19세기 끝이 낳은 걸작이다.

중앙에서 양쪽 대칭으러 뻗어 나간 매화나무 두 그루의 꿈틀거림은 용이 춤추는

듯,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 장엄하고 기이하여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꿈틀대는 먹선을 따라 눈송이 처럼 흩뿌려지는 흰색 매화송이들, 그 속에 활기를

불어 넣는 붉은 꽃송이 '비상한 생명감' 뿜어져 나온다.

 

 

* 방황공망 산수도

방황공망산수도

비단 장축 위에 먹과 옅은 섹체를 쓴 아름다운 작품이다.

작품의 크기가 커 폭을 늘이면 길이가 너무 나와 그냥 적게 올렸다.

잔붓으로  먹을 짙고 옅게 구사하여 세부를 충실하게 채우는 가운데

전체의 안정감까지 완벽하게 살려냈다.

작품이 풍겨 내고 있는 안정감과 함께 속살처럼 스며들어 있는

생신함은 두가지 기법(신감각파 기법, 고전적 기법)과 양식이 서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워냈다.

하단 근경은 툭 트였으며 중경은 울창한 숲으로 채웠으되 상단 원경은

산봉우리가 뭉게구름처럼 치솟아 꿈틀대고 있으니 꿈결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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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 서전 - 근대 200년 우리화가 이야기

                 2004  최열   (주)도서출판 청년사

2023.2.3.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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