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나의 이야기

길 위에서

haanbada 2024. 2. 11. 20:02

**

 

**

*

*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는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어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 “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

오늘은 류시화 시인의 시를 감상하자

우선 눈에 띄는 詩 어구를 살펴보자

 

집 / 빈 들녘의 바람 / 삶 / 세월

길가의 풀 / 자유 / 나그네 / 길

 

삶이란 나그네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던가

산다는 것은 길을 가고 오는 일 일지도 모른다

길을 가다가 잠시 머무는 곳이 집이고

집을 떠나서 가는 곳이 다시 길이니

길이 집이고 집이 바로 길이란 말이다

길이란 원래 없던 것이나 인생이 갔기에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며 시간과 공간 위에

그대로 인생항로처럼 놓여지는 과정과 같은 것

처음에는 만들어져 있는 길을 가지만

길이 끝나면 마침내는 자기만의 길을 가야한다.

 

이 詩에서는 사람의 삶이란 운명의 존재,

자유의 존재, 시간의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집이란 운명이며 길이란 자유이며 시간이다.

 

빈 들녘과 그곳에 부는 바람에

우리는 삶의 자세를 가다둠을 수 있다

풍요로운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자연은 그냥 그렇게 무심한 마음으로

겨우내 자신을 텅 비워버림을 보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쌓인 미움을 버릴 수 있다.

 

시인들은 왜 들에 핀 꽃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을 즐겨 노래할까

풀꽃, 들풀, 들꽃은 바람에 연결되어 진다

외롭고 쓸쓸하다는 것

맘이 약하고 섬세하며 착하다는 것

들에서 부는 바람은

우리의 우울과 피로를 씻어 주고

외로움을 달래주리라는 이미지

그리고 들에 나가면

바람이 있고 푸른 하늘이 있어

그 하늘에

하늘 호수에

세상 삶에 묻은 때를 깨끗이 씻어내고

다시 일상에로 돌아 갈수 있게

해준다고 믿음 있기 때문이리라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을 등 뒤로 하고

영원의 땅으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은 문을 두드려야 하리.

 

/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우리 모두가 어떤 나그네

운명처럼 주어진 자유(길)을 가다가

길(시간) 밖으로 바람처럼

살아져 갈 존재가 아닌지 歲未에 생각한다.

 

**

 

2024.2.11. 한바다.

'삶과 나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四時長春  (0) 2024.03.13
새는 공룡의 후예  (0) 2024.02.25
  (2) 2024.01.28
상선약수上善若水  (0) 2024.01.16
빈 들  (2) 202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