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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그림니다.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잎뿐이랴
창궐하는 역병(疫病)
죄에서 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 난다
긴 봄날엔 …
숨어사는
섧은 정부(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내다 본다
긴 봄날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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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봄날 / 시인 허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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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젖은 웃옷을 벗고 흐르는 냇물에 윗몸을 씻고는
맑고 투명한 기름진 냇물을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일행과 약속한 하산시간보다 오십 분 정도 일찍 내려와서다.
물속에 유영하는 송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 느끼는
감각은 냇물에도 겨울이 지나갔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문득 달력을 보니 우수(2月19日)가 벌써 지났고
경칩(3月5日)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저께 저녁에는 밤비가 와서 대지를 촉촉히 적혀주더니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고 눈과 비가 내렸다.
우산에 날라와 앉는 눈송이가 귀엽고 예쁘게 보였다
비교적 한가한 오후가 되고 점심식사가 끝나 녹차라도
한잔씩 들고 중년의 과장급 여성직원과 비업무적인
한담이라도 할 요량이면 은근히 하는 말,
봄이 피부로 느껴지고 어디론가 막연히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그런가 보다 봄엔 뭇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 봄 물이 올라와
싱승 생승 온몸에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어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봄은 꽃과 사랑의 계절
사랑의 속삭임이 더욱 애절해지기만 하는 계절 ,
봄(spring)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누군가를 애틋하게 사모하는 마음을 샘물처럼
솟아나게 하는가 봄니다.
모든 생명들이 몸과 마음을 활짝 여는 일이
바로 봄날에 꽃이 피어나는 일이요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활짝 피어내는 것이
바로 서로 사랑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녀간의 사랑을 미술이나 문학에서 성적으로
그 분위기를 암시하며 묘사하는 일을 에로티시즘이라 한다.
남녀의 몸이 , 봄바람에 얼음이 녹듯, 아지랑이 일듯 무르익는
봄기운에 부지불식간에 몸이 참을 수 없는 애욕으로 넘치는
현상을 춘정이라 한다.
이제 위 그림을 보자
물오른 무성한 솔잎 가지들과 멀리 계곡에 차고 흐르는 냇물
봄날의 한낮 한적한 후원의 별당의 장지문이 굳게 닫혀있고
흰 꽃들이 활짝 핀 꽃나무 앞 댓돌 위에는 분홍빛 비단신발과
통이 크고 긴 남정네 신발이 두 켤레 놓여져 있다
사랑채 앞 조그만 소녀가 큰 고민에 휩싸여있다.
조금 전 주인의 ‘술상 좀 올려라’라는 호령에 부리나케
안주상을 차려 사랑채로 향했지만 마루에는 주인의 신발과
함께 누군지 모를 여인네의 신발이 놓여져 있다.
흐트러진 주인의 신발 모양새로 보아 뭔가 급한 일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당최 알아챌 수가 없다.
지금 나이로 열서넛 살 밖에 안되 보이는 하녀는 주안상을
손에 올린 채 들어가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림 정황상 소녀는 안채에서 무슨 일이 있을 거라 추측은 하지만
아직 어려 섣불리 판단을 못하고 문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가지런히 놓여진 수줍은 도화색 여자의
신발과는 대조적으로 급한 마음에 후다닥 벗어버린 흐트러진
남자의 신발, 엉거주춤 딱한 심사로 굳어버린 술병을 받쳐든
계집종의 귓가에 번지는 분홍빛, 벽 기둥에 써 붙인 네 글자,
四時長春 (나날이 봄날, 봄날의 즐거음)이 의미하는 바다.
관음증이란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는 “ 다른 사람의 성교장면이나 성기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성적인 만족을 느끼는 성 도착증 ”라 한다.
이러한 증상은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유한 증상으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호르몬 이상, 생물학적 요소 등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으나
아직까지는 정확한 원인은 없으며
정신분석학에 근거한 원인으로는 어린 시절에 우연히
성적인 흥분을 불러 일으키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그와 같은
장면의 뇌리에 각인된 것을 반복적으로 보려는 충동에 의한
것과 다른 원인으로는 스릴과 흥분이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만
성적인 쾌감 오르가즘을 느끼게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것은
노출증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사실 성적쾌감이란 자신의 기쁨을 남에게 확인시켜 줄 수가
없으므로 자족적인 성질과 그 순간을 제 3자와 공유하려 하지
않으므로 폐쇄성과 독점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개중에는 은근히 보여 주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성희의
순간은 애초 남이 볼일도 아니고 내가 보일 일도 아니건만
인간은 다른 짝들이 성행위를 보면서 흥분을 느끼는 데
이것이 觀淫관음이다
성의 자족성내지 폐쇄성, 독점성에서 벗어나려는 욕망,
즉 , 이상심리의 유희적 지향인 조형화된 관음을 지향하는
것이 포르노이다
그러나 포르노그라픽의 단점은 막가자는 과격한 탈출 내지는
해방의 욕구표현이라면
우리의 춘화는 폭력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생명 충동의 표현,
춘정이란 봄의 정취, 만물의 피어나려는 기운,
남녀 모두의 성적인 욕구를 내포하고 있는 봄의 서정이
그 기반에 있는 것이다.
위 그림의 사시장춘은 똑 같은 관음의 구조이되
그림 속의 관객도 보는 것이 없는 관음,
그림 밖의 관객도 보이는 것이 없는 관음이다.
장지문 속의 춘정는 문밖의 몸종도 볼 수가 없고,
몸종의 춘정은 옆모습만 보이니 우리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 속의 춘정과 몸종의 몸속에 이는 춘정을 우리는 본다.
신윤복은 이 그림을 통해 봄날의 춘정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을 보면 애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직설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천천히 그림을 살펴보면 그림 속에서
남녀 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작품의 구도에서 사랑채 옆에는 따스한 봄날의 애정을 상징하듯
백매화가 피어있고, 시선을 오른쪽 위로 돌리면 자그만 계곡
속에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언뜻 보면 아름다운 여인의 깊은 꽃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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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
2023.3.13. 한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