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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면서
나의 섬은 밝아 왔다
어둠이 내리면서 나의 꿈은
별빛으로 내리고
하루의 심지를 끈 자리에
깨어나는 섬
가장 진실된 나무하나 자라고 있는
나의 섬에 나는 돌아와 있었다
돌아와있는 이 하나의 사실
눈이 찔리는 저 현실로부터
등을 돌리고 바라보는 신세계
나의 두발은 초원 위를 걷고 있었다
꿈의 마른 잎을 따 내면
안식의 꽃 한 송이 피어나고
순한 불빛이 영원처럼
섬을 둘러 왔다
돌아와 있는 이 하나의 현실
가슴 깊이 키운 새 한 마리
창공을 난다
몸 하나로
무한 공간을 받쳐든
나의 섬
서서히 어둠이 가고
어둠 따라 섬을 떠나고
하늘로 이어진 수천의 층계도
내려 앉는다
섬이 지워지고
어제와 같이 아침이 오고 있었다
** “ 섬 ” /시인 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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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었다 져버린 목련나무
꽃폈던 자리를 본다
봄비로 흰 꽃잎들을 보도 위로 쏟아버린
벚꽃 나뭇가지를 본다
꽃의 아름다음 ,
젊음의 아름다음,
저녁놀의 아름다음 등은 그 짧은 순간성에 있다.
만물의 생동하는 봄은 그 뒤안길에
졸음과 잠이 강같이 흐르는 계절이다
긴 터널 같은 추운 겨울이 지나면
많은 이들이 삶의 기차에서 내려 창문 너머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봄과 인생 , 생명과 죽음
우리는 봄에 장엄한 자연의 순환의 드라마를 본다.
검은 날개를 가진 밤의 여신, 닉스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흰색 피부를 가진 힙 노스 와
검은색 피부를 가진 타나토스다
힙 노스는 잠의 신이요, 타나토스는 죽음의 신이라 한다.
고대 그리스인 들에게는
잠과 죽음은 활동의 중지 즉 휴식을 의미했다
죽음의 정체는 희로애락이 없는 영원한 안식 이었다.
모든 망자는 흰옷을 입고 스틱스강을 배를 타고
건너 망자의 섬으로 간다고 믿었다 한다.
“ 섬은 항상
그리움이 어려 있어 좋다
사람이 사는지, 누가 사는지
무어가 있는지, 그건 몰라도 ”라고
시인 조병화님은 노래했다
그렇다 그리움은 단절에서 오는 것으로
그리움을 간직하는 것들은 섬이 된다고 한다.
시인 신달자의 詩 , “섬” 으로 다시 가보자
/ 어둠 / 아침 / 나무 / 몸
/ 섬 / 꽃 / 새 / 등의 詩句에서
강렬하게 대비되고 시각화된 靜 . 動적인 것을 느낀다.
조수 간만과 같은 밤과 낮의 교차의 흐름 속에서
나의 섬은 깨어나고 또 사라진다
섬은 고립되고 정적인 세계로 죽음( 활동의 멈춤 )을 의미한다
시인은 자신의 靜的인 정신을 섬으로 형상화 시킨다
어둠이 내리면 더 어두울 수 없는 어둠으로 섬은 깨어난다.
눈 찔리는 현실 속에서
“ 철이 되면 피는 것이지
묻고 물어서 언제 꽃이 피었나
피어도 좋으냐
정녕 눈 아픈 세상 대낮에
피어도 좋으냐 ” -
“ 피어도 좋으냐 ” 고
묻고 묻지만 진실된 것은
오직 나무 하나, 몸 하나라고 스스로 확인해 본다
수평으로 펼쳐진 대지와 하늘의 지평 사이에
수직으로 우뚝 선 것은 생명의 나무와 ,
그것은 뿌리로 지하세계와 가지로 천상세계에
연결되어 있다
인간인 나 자신 뿐이다.
꽃과 새는 동적인 인간에의 사랑이나 시인의 詩心을
대비적으로 의미하는 것 같다
“ 꽃잎이 완전히 문을 여는
그 절정의 순간에는
시간의 흰 이마가 보인다
아 , 거기
신이 아니면 켤 수 없는 별이
순금의 결정이 되어 쏟아 진다 ” -
“ 환희 ”
꽃과 새의 비상에서 인간애의 情念을 보지만
그것은 시 쓰기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섬은 정적인 것이지만
그곳에는 파도소리가 있고 물새의 울음소리가 있다.
유한한 인생에 실존으로서
나는 존재방식인 흐름과 더불어 일어났다가
흐름과 더불어 살아지는 것이 한계이지만
아름다운 것은 추구하고 도전해 볼만한 것이다.
靜 中 動 우리는 이 詩에서 삭힘의 미학을 본다.
움직임이 없으나 속으로 발효되는 삭힘이란
자연의 쉼 없는 움직임으로서의 흐름이다.
시인이 득한 삶의 본질에 대한 순간적인
‘깨닮음’은 무엇일까
자신의 존재 가치와 존재의 이유를 무엇에서
보았을까
그것으로 몸으로 대변되는 정념에 대한 사랑인
동시에 詩쓰기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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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4.
2024.1.28. 한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