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빗속에 교회에 갔다 용서를 빌었으나 잘 안된 것 같고 나도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다 부러 먼 길로 돌아가는 길 비를 막기에는 우산이 점점 작아지는구나 주택가 골목길 한 발 앞서 가던 할머니 길바닥에 찰싹 몸 붙인 나뭇잎들 사이에서 모과 한 알을 주워든다 “뭘 믿는 게 있어 혼자 떨어진 게야, 응? 무슨 마음으로 너 혼자서 떨어져 있는 게야? ”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품에 안고 조심스레 걸어간다 나도 저런 모과는 아니었는지 발소리 죽이며 뒤따르다 문득, 누구 하나쯤은 용서해 보리라 생각한다 * ** ' 모과 한 알 ' / 박해석 시인의 시선집 *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 마른다는 옛말이 기우인듯 올해도 땅을 촉촉이 적시는 곡우비가 때맞추어 내려 주셨다 경칩에는 여자물로 고로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