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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찬바람이 계속해서 머무는 이른 봄에 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들판도 아니고 계곡이 있는 높은 키나무가 많이 모여서 서식하는 지역이기에
풀꽃이 살기에는 실질적으로 큰 나무의 녹음이 짙게 드리워져 연 중 햇볕을 받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햇볕을 쬐이지 못하면 탄소동화작용하여 태양의 에너지를 축적하지 못하게되어 자손을
퍼트리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도 살아남는 것이 지난하게 된다.
더해서 풀이면서 같은 장소에서 여러해를 살아가야 하는 데 연약한 풀로서
산 짐승들에게 띁어 먹히게 되면 더욱 살아남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야생화는 먹히기에 부적합하도록 줄기가 쓰거나 독기를 품게된다.
더해서 상록수가 자생하더라도 떨기잎나무가 많이 섞여 있는 산림하에서 아직 나뭇잎이
충분히 자라기 전, 늦겨울의 짧은 기간 동안에 싹을 띄어서 꽃을 피우고는
자취도 찾기가 어렵게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밑에 열거한 종류의 야생화를 보려면 일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서식지를 잘 기억했다가
찾아가지 않으면 허탕을 치기가 일수이다.
보여주고 싶은 야생화는 많으나 지면이 길어져서 3종류만 보여 드린다.
*
1. 바람꽃(anemone)
마나리아재미목>바람꽃속에 속하는 속씨식물로 높은 산간지역에 서식한다.
크기는 15~30cm 정도이다. 덩이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른 봄에 아네모네 종의 꽃이 피어난다.
한국에는 약 13종의 바람꽃류가 서식하고 있다.
[꿩의 바람꽃]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설악바람꽃]
[픙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 홀아비바람꽃의 전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회적, 경제적 변동을 겪으면서도 안정적인 지위를 얻기 위해
보모들은 자제들이 학문적 교양을 쌓아 중앙관리로 진출하기를 희망합니다.
고려 후기 김해에 사는 청년 김태은도 향리의 외아들로 부모의 바람대로 밤낮 공부하여
무난히 과거에 입제하여 청운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고려 끝에 선택한 이 씨 집안의 딸과 경혼하여 꿈같은 신혼의
나날을 보냈으나, 세월이 흘러도 부인에게는 태기가 없었다.
몇대 외동으로 내려온 집안에서 예삿일이 아닌 것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가족이
걱정이 되었다.
부인에게 이것이 강박관념이 되어 일어났는지는 몰라도 병이 나 버렸다. 여러 의원의
약을 먹였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온 가족 특히 남편의 병 구환 지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회복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 것이다.
부인은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는 것이었다.
"여보! 당신께 미안해요. 내가 죽거든 이 흰 모시저고리를 만지며 마음을 달래세요.
그리고 좋은 새 아내를 만나거든 이 옷을 묻어주세요."
남편은 이 말을 듣고 부인이 얼마나 애처로워서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말을 남긴지 이틀 후 드디어 부인은 이승을 하직하고 태은이는 혼자 몸이 되었다.
진심으로 부인을 사랑한 태은이는 밤마다 저고리를 안고 자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재혼을 독촉했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낭자가 물을 길러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이 그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게 되었다.
홀아비의 마음속에 회오리 바람이 일게 된 것이다.
누가 홀아비 바람을 탓할 수 있으랴. 태은이는 낭자를 몹시 그리워하게 되었고 인연이
닿아 낭자와 밀회를 하게 된다.
이젠 전 부인이 준 모시저고리를 만지기도 싫고 오히려 거북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
전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도 피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말을 한대로 이 모시저고리를 묻어 버리자'
그는 한손에는 호미, 한손에는 저고리를 들고 과거준비 때 오르내렸던 약수터 아랫길
옆에다 모시 저고리를 묻었다.
그리고는 청혼의 절차를 거쳐 재혼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흰모시 저고리는 태은이의 곁을 떠난 것이다.
그런데 이듬해 봄 그 묻은 자리 위에 흰 꽃이 여러 송이 피어난 것이다.
그리고 진한 향기가 피어났습니다.
태은이는 이 꽃을 보면서 만감이 스쳐갔다.
후세 사람들은 이 꽃을 "홀아비바람꽃"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2. 노루귀 꽃(Hepatica asiatica)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이 원산지로 전국 각지의 산지에 분포한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나무 밑에서 자라는 양지식물이다.
식물의 키는 10~20cm 정도로 환경 적응력이 좋아 자샐지의 토질에 따라 꽃의 색을 달리한다.
봄에 어링잎을 나물로 먹기도하나 독성이 있는 식물이므로 약재로 사용시는 주의를 요한다.
[새끼 노루귀]
* 노루귀의 전설
옛날, 산골에 함평 이 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집이 무척이나 가난해, 나무를 해서 팔아 겨우 연명하였습니다.
하루는 산에서 나무를 하고 있노라니까, 커다란 노루 한마리가 달려와, 그가 해놓은
나무더미 속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그러자 조금 후에 포수가 헐레벌떡 뛰어와, 노루 한 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른다고 했지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노루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의 옷자락을 물고 자꾸 끌었습니다.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싶어 그가 따라가자니까, 산중턱에 이르러 노루는 멈추어서
한 자리를 발로 치다가는 드러눕는 시늉을 해 보이는 게 아닌가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마침내 그 뜻을 짐작했습니다.
“아, 이 자리가 명당이라는 뜻이구나.”
그는 그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가 부모가 돌아가시자, 그 자리에 묘를 썼습니다.
과연 그 후로 그의 자손들이 번창했음은 물론이요, 그 가문에서 많은 공신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함평 이씨가 노루를 만난 이 고개를 ‘노루고개’라 불렀는데, 경기도 수원군
봉담면 분천리에 위치한답니다.
노루귀를 만날 때마다 이 노루고개에 얽힌 이씨와 노루를 떠올리게하는 이야기지요.
이른 봄 얼음이 채 녹기도 전 추위 속에서 목을 길게 뽑고 연보라빛 입술을 하고
있는 이 꽃을 보면 고마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옷자락을 물고 끌고 있었던 노루의
눈빛을 떠 올립니다.
3. 복수초 꽃(Adonis amurensis)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아시아가 원산지로 산지나 숲 속에 분포한다.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아 수염뿌리처럼 보인다.
이른 봄에 노란색꽃이 피며 지름은 3~4cm 정도이다.
북부지방에서는 눈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어 눈색의 꽃이라 부르며, 이른 봄에
노랗게 꽃이 피어 기쁨을 준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 복수초 꽃의 전설
아주 옛날 하늘나라에 크노멘 공주라는 아름답고 젊은 여신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신들은 모두 다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도 크노멘 공주는 특히 아름다웠습니다.
공주가 긴 드레스 자락을 하늘하늘 나부끼며 걸으면 태양은 황홀하여 더욱 밝게 빛을 내고
바람은 멍하니 멈추어 서서 공주를 바라보았습니다.
윤기가 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만져 보려고 비는 서둘러서 내렸고, 달은 공주의 얼굴을
보려고 낮게 내려왔습니다.
"크노멘 공주를 누구에게 시집보내면 좋을까?" 공주가 나이가 들자 아버지인 하느님은
매일매일 고민했습니다. 하늘나라에는 젊은 남신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젊은 남신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참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하느님이 고른 것은 두더지 신이었습니다.
"두더지는 누구보다도 용감해. 정의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우고 아주
날렵하고 똑똑하지. 게다가 착하고 산 신보다 부자야. 땅도 많이 가지고 있지."
두더지 신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땅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용감하고 똑똑하고 착하고 부자인 두더지에게는 딱 한 가지 결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젊은 신들 중에서 가장 보기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마음만 올바르고 아름다우면 겉모습은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두더지 신을
크노멘 공주의 신랑으로 정했습니다.
먼 옛날 하늘나라에서는 아버지가 딸의 신랑을 정했던 것입니다.
"우리 크노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해 주게나." 하느님은 두더지를 찾아가서 부탁했습니다.
"너무 행복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두더지는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말했지만
가슴 속은 불같이 타 올랐습니다.
하늘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노멘 공주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크노멘 공주를 소중히 여기겠습니다."두더지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을 하면
약속의 증표인 보도(매우 귀중한 칼)를 내놓았습니다. 하느님도 보도를 꺼냈습니다.
두 신은 서로 약속의 증표인 칼을 교환하고 크노멘 공주와 두더지의 결혼을 맹세했습니다.
"너를 두더지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 하느님의 이야기를 듣고 크노멘 공주는 깜짝 놀랬습니다.
"뭐라구요? 왜 제가 하필이면 하늘나라에서 제일 못생긴 두더지와 결혼해야 되지요?"
"두더지는 더 심해요. 눈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고, 코는 너무 크고, 키는 작달막하고
게다가 팔자걸음이잖아요. 싫어요. 저는 절대로 두더지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화가 난 크노멘 공주를 하느님이 달랬습니다.
"네가 보고 있는 것은 외모 뿐이지 않느냐? 두더지의 마음도 한 번 생각해 보아라.
"싫은 건 싫은 거에요"
크노멘 공주는 소리를 지르며 아버지의 궁전을 뛰쳐 나갔습니다.
공주가 싫어하는 것도 모르고 두더지는 매일같이 선물을 보냈습니다.
"이것을 봐라."아버지는 크노멘 공주 앞에 비단옷을 펼쳐 보였습니다.
옷 위에 수놓아진 공주의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선명했습니다.
공주와 결혼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두더지는 한 올 한 올에 정성을 다하여 며칠에 걸쳐
옷을 짰던 것입니다. 비단 옷 다음에는 금비녀를 보냈습니다.
"너는 아직도 두더지의 마음을 모르느냐?" 아버지는 크노멘 공주를 꾸짖었습니다.
"나와 두더지는 하늘나라의 법에 따라 보도를 교환했다.
그러니 너는 두더지와 결혼식을 올려야만 한다.""억지로라도 너를 두더지에게 보내야겠다.
"칼을 교환한지 300일이 지난 날, 하느님이 크노멘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싫어요."크노멘 공주는 딱 잘라 말하고 금비녀를 집어 던졌습니다.
비단옷을 쥐고는 엉망진창으로 찢어 버렸습니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그런 짓은 용서할 수 없다."
크노멘 공주는 화가 나서 잡으려고 하는 아버지를 피해서 도망쳤습니다.
어둡고 추운 겨울 밤이었습니다. "저를 도와 주세요."크노멘 공주는 곰에게 부탁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도와줄 수는 없지."곰은 모르는 척 했습니다.
"나를 좀 숨겨 주세요."
푸른 나뭇가지를 늘어뜨리고 서있는 소나무에게 부탁했습니다."안 됩니다.
두더지의 마음을 몰라주는 당신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소나무는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나를 어디 먼 곳으로 데리고 도망쳐 줘요. 두더지가 없는 곳으로 가 버리고 싶어요."
크노멘 공주는 북풍에게 부탁했습니다."두더지의 땅은 세상 끝까지 걸쳐 있습니다.
이 세상엔 두더지가 없는 곳은 없어요. 내 마음은 차갑지만 지금도 계속 두더지가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목숨을 걸고 소중히 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풍인 나도 그런 두더지의 마음을 아는데 나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당신이 왜 두더지의 마음을 모르지요?"북풍은 차갑게 말했습니다.
"싫은 걸 어떻해요."발을 구르는 크노멘 공주의 귀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제멋대로인 너를 더 이상 내 딸이라고 여기지 않겠다. 내가 내리는 벌을 받아라."
공주는 부친의 벌을 받고 금색의 조그만 꽃이 되어 버렸습니다.
쌓인 눈 속에서 태어난 꽃은 복수초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복수초는 눈 속에서 핍니다.
흰 눈이 잔뜩 쌓인 아침 복수초 주위에 많은 발자국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꽃이 되어 버린 크노멘 공주를 지금도 그리워하는 두더지의 발자국입니다.
금색의 꽃이 눈에 파묻히지 않도록 두더지는 밤새도록 복수초 주위의 눈을 쓸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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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9. 한바다.
2024.3.3.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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