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미술 관련

이브의 보리밭

haanbada 2023. 11.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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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그리움처럼

길이 고개를 넘어 간다

 

길 따라 나선 몸

한없는 그리움

 

저 고개를 넘으면

이 그리움 재워 줄 마을 있을까

 

아, 영혼은 고독한 거

 

넘어도 넘어도

고개 또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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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고개 ” /월탄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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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보고자 하는 작품은

교수이며 화가이신 이숙자 화백의 연작인

< 이브의 보리밭 >입니다

 

화가가 보리밭에 애착을 갖고 연작하시게 된 것은

보리밭 너머로 펼쳐진 야산과 들녘의 평화스러운

모습, 보리밭 가를 날라 다니는 나비나 뻐꾸기,

종달새, 들꽃이 피어 있는 보리밭의 향수 때문만도

아니고 6.25를 겪으며 가난에 찌들었던 ‘보릿고개’ 생각

때문도 아니라고 합니다.

초록빛 보리밭에선 조상들의 슬픈 혼백들의 떠도는 것만

같은 우리의 민족적 애환의 정서가 보리밭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성의 벗은 모습인 누드가 주는 관능미는

인간본성의 바탕에서 많은 사회적, 심리적 요소를

깔고 있는 미적가치이다

관조 대상으로서의 관능미는 다분히 절제되고

관념적인 미학을 드러내 보이는데도

20세기의 한국인이 추구하는 관능미는

순수하고 토속적인 정감을 느끼는 동시에

흡인력과 발산력이 적절히 조화된 안정된

미적 쾌감이었다.

즉 대중의 미적 지향은 다분 성적 매력을 능동적으로

발산시키는 욕망의 표현재로 극한 시킨 듯 하며

형상화된 존재로서의 에로티시즘인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우리 미술에서 에로티시즘이 표현되는 경우, 

그 것은 우리만의 일단의 문화적인

여과장치를 전통처럼 거쳐야했다

우선, 알몸이 이미지화될 때 농도 짙은 에로티시즘은

회피했다 이는 대중에게 공적인 존재로써

문화적 가치를 지녀야 타인의 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상이

신화 속 주인공이건 당대의 여성이건 여성상이

모성, 순결성, 우화적 해학성의 장치에 의해

한 거풀 걸러낸 에로티시즘이어야 했다

더해서 벗은 몸에서 한 시기의 취향인 이국적 정취가

우러나오거나 또는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설화적

향토적 정취 또는 토속적 향취가 묻어 나와야 했다.

 

보리가 보이는 청맥2 130x162cm

 

 

이제 작품에 들어가 보자

화가의 보리밭은 단순히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토속적 에로티시즘이 아니다.

이브의 보리밭은 우리의 많은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는

전·근대사의 단면도이다.

춥고 어두운 길고 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와  종달새, 소쩍새

소리가 익숙해지고 넓은 들의 보리밭의 청맥에서 금맥으로 여문

다고 뻐꾸기가 울기 시작하면 보리밭은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희망으로 다가 온다.

배고품의 상징인 보릿고개 넘기에는 사실 민초들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의 파도를 넘는 아픔이 배어있다.

세계적으로 특이한  사대부가 만든 사회제도인 조선의 사대적 양반제도의

장기간 (500여년) 실행은

민족적 애환( 지속적인 외국의 침략  - 화냥년으로)

정서( 대책없는 토속적 남존여비)

한(신분과 제도의 고삐로 인한)의 3重苦의 굴레를 민초들과 여성에게 씌웠다.

 

이브의 보리밭 89

 

 

청맥 90-6

 

 

화백의 작품에서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전라의 여성으로 향해진다.

왜냐면 보리밭에는 전라의 여인이 헝클러진 보리밭에 엎드린채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으로 부끄러움도 없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드의 여인의 육체는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도  육체적 애욕에

관계하는 그런 달아오르게 하는 에로틱함이 아닙니다.

우리에 뭔가를 말하는 듯한  이성적인 것을 건드리는 창백한 표정에서 나오는

강인하지만 고독한 어떤 영역을 제한하는 차거운 여성적 의지 때문입니다.

즉 작가는 이브의 보리밭은 성으로써 에로티시즘을 그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보리밭의 이브' 에서 보이고져하는  에로티시즘은 무었일까요?.

답을 해본다면 여성의 권익 신장을 조장하는 사회적 운동과 사상인

페미니즘을 작가는 우리의 보리밭 에로티시즘을 전제로 해서 그린 것입니다.

우선 에로티시즘이 뭔가에 대한 어느 정도  사전적 정의를 해보면  

/인간의 성적 본능. / 작품의 관능적 정욕을 불러내는 성질./ 라고 합니다.

에로티시즘을 전제로 해서 그린다는 것은 에로티시즘을 ‘미적 대상화’ 한다

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적 대상화란 또 무엇인가요?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미국인 마사 누스바움(M.Nussbaum 1947~)이 제시한

미적 대상화가 이루어지는 요건 7가지 방식 중 두 가지인 ‘도구성’과 ‘소유권’

측면에서 보면   /대상화의 주체는 대상을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대하는

것/  대상화의 주체는 다른 사람에게 소유되고 판매와 구매 및 기타 등이

가능한 것으로 대하는 것/ 라고 한다.

미적 대상화가 정확히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심전심에 의지하여 논의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적어 본다.

 

이 화백은 그녀의 연작 시초에 황토색의 이끌림과 보리밭의 전설적인 이미지로

여인상을 도입하면서 ‘보리밭의 에로티시즘’이란 명제의 연작이 나오는데

그 표현은 단순한 외관적 묘사를 넘어 어릴적 농촌생활에서 겪은 체험에 따른

리얼한 상상력이 작용한 현실적인 보리밭을 배경으로 화가가 의도한 에로티시즘의

현장을 보여주려고 한다.

부연하면  한민족 여성에게 씌어져온 환경적 굴레와 인습을 벗어버리고 싶은

여성의 저항의식을  보리밭과  여성 누드란   여성의 내면적 표현을 통해

미적 대상화시키고져 한다.

 

황금 보리밭의 소들&nbsp; 1988&nbsp; 227 x 181cm

 

 

누드화에서 여인네 배경으로 나오는 사물은 여러 가지 상징성을

갖는다.

즉  배경으로 많이 나오는 물고기, 잉어, 소 등은 남성 자신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패랭이꽃 등 식믈은 여성 자신인데

보리밭에서의 보리는 여성 자신임을 상징하는 것 같다.

靑麥의 에로티시즘이다.

발랄한 젊음이 있는 육체, 기름이 반지르르는 흐르는 생기 충만한

통통한 보리들을 보면 춘궁기의 괴로웠던 추억은 사라지고

 초록의 페러다이스에 온 기분이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젊음과 우리 현실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이브의 보리밭4   162 x 1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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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7.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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