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겨울이 다 가도록 그는 어딘 가에서 떨어져 나온 나사못을 주워 모았다 소속에서 이탈한 버려진 것의 독백을 독백하며 빙빙 비틀린 고랑의 녹을 닦고 또 닦는다. 천천히 시들어가는 희망의 녹을 털어 내듯, 타고난 배역에만 충실했던 나사못과 그는, 갇힌 나무상자 안에서 같은 대본을 힐끗거리며 한통속이 되어갔다. 새 촉을 밀어내고 있는 춘란을 하루 종일 바라보다 역시 같은 대본을 들고 상자 속에서 나온다 나사못 하나쯤 빠져나가도 열리는 장롱과 나사못 한두 개쯤 빠져나가도 말할 수 있는 라디오가 의식의 뿌리부터 썩어가는 그루터기 같은 자신을 찍어 누르고 있다 반짝 한 방울의 눈물을 떨군다 그는 춘란의 새 촉이 보이지 않게 자라고 있는 줄을 모른다 겨울이 다 가도록 그는 소라껍질 같은 자신 속에서 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