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나/미술 관련

부부의 성정性情

haanbada 2024. 6. 6. 22:04

**

申潤福(1758(영조34)~?) 지본담채 28.2 x 35.6cm <간송미술관 소장>

 

 

에곤쉴레( egon schiele ) 1918,빈 오스트리아 미술관

 

 

**

*

 

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

 

동짓(冬至)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

 

*

 

달빛 아래 뜰에는 오동잎 모두 지고

찬서리 들국화는 노랗게 피었구나.

다락은 높아 높아 하늘만큼 닿았는데

오가는 술잔은 취하여도 끝이 없네.

 

흐르는 물소리는 차기가 비파소리

피리에 감겨드는 그윽한 매화향기

내일 아침 눈물 지며 이별하고 나면

임그린 연모의 정 길고 긴 물거품이 되네.

 

 

- 시조 : 명월 황진이

***

**

조선 중기(중종조) 미모, 성격, 소리 그리고 예술적

재능으로 동 시대 서화로 유명한 허난설헌에 필적되는

명기 , 황진이는 旨音의 인물 이사종, 명창 이언방과 고도의

예술세계를 매체로 소통했고, 한편으로는 신분적 성적인

경계를 넘어 서경덕, 소세양 같은 분들과도 참된 인간적

교류를 가졌다고 한다

이조시대에 기녀란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남성 중심주의 시대에 천한 신분으로 삶을 살았던

그녀가 부당하게 억압하는 현실에 맞서 당당하게 겨루며

산 자취는 우리에게 무었을 보여 주고 있을까.

 

조선 선조 때의 명기(名妓) 황진이가 당대의 귀족이던

종실(세종의 17번째 아들 영해군 손자)인 이벽계수(李碧溪守)가

성격이 근엄(謹嚴)하여 여자를 멀리할 뿐 아니라,

황진이조차도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듣고,

황진이가 시험삼아 그를 유인하려고 이 시조를 부르게 되었다.

여기서 명월은 진이이고 산골에 흐르는 물은 계수를 비유한 것.

 

당대 명창이며 풍류객이었던 선전관 이사종는 6년간을 황진이와

계약결혼 생활을 보냈지만 기한이 끝나자 동거생활을 끝내고

진이와 깨끗하게 헤어진다.

남녀운우의 정이 여인에게 얼마나 깊었던지, 인간의 정을 두부 자르듯

매정하게 끊을 수는 없는 일, 이사종에 대한 그리움에 너무도 사무쳐

가슴 속에 쌓인 정을 이렇게라도 풀어내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시조는

한 때 대제학이었던 명사 양곡 소세양과 30일간 약속 동거생활을

끝내고 이별 하루 전 남루에 올라 이별의 술잔을 니누고 별리의 정을

‘봉별소양곡세양’시 한수를 소세양에게 싸 주었다고 한다.

겉으로는 슬품의 기색을 비치지않고 헤어졌으나 영영 떠나고 난후

설움이 복받쳐올라 여러분이 학생 때 배운 시 한수를 써내려간다.

어져 내 일이야 / 그릴 줄을 모르던가

이시라 하더면 / 가랴마난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윗 그림은 풍속화로 혜원 신윤복의 작품, ‘이부탐춘’으로

위창, 오세창의 ‘근역서화징’에 실려 있다고 한다

오세창(1864~1953)은 추사의 제자 오경석의 子라고 한다

신윤복은 고령 신씨로 신숙주의 동생 신말주(1439~? )의

11대 손이라 한다

그는 시정촌락의 풍속 등 세속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으며

번번히 색정적인 장면을 통해 유교풍의 사회에 에 대해

예술로서 저항함과 동시에 인간주의를 표방한 화가이다

사실 18~19세기에 인간의 현세적, 일상적 모습을 서화의

중심적 제재로 삼는 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었다

그런만큼 일상의 인간 모습이 회회에 등장하는 것은 매우

희소하다

이부(嫠婦)는 과부(寡婦)를 뜻하니 하얀 소복(素服)을 입은

여인네가 담벼락이 있는 어느 대갓집의 뒷뜰에서

몸종과 함께 다 죽어가는 앙상한 소나무(지조를 상징)에 앉아

짝짓기를 하는 개 한 쌍과, 그리고 짝짓기하는 참새 한 쌍,

여기에 허공에서 홀로 날개짓을 하는 참새 한 마리를

보고 있는 과부의 심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桃花꽃 향이 흐르는 春情이 가득한 봄날 양가집 뜨락

소복을 한 과부와 몸종이 등장한다

 

몸종이 지긋이 주인 청상과부 마님의 허벅지를

꼬집고 있는 모습이다

해학적이면서도 여필종부를 강요하는 남존여비사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읽을 수 있습니다.

여필종부가 강요되는 사회에서 젊은 과부가 재가하는 일은

모든 것을 버리는 일이 었다 , 재가하면 그 자손의 출사

길은 완전히 막힌다 , 반대로 남편을 따라 자결하면

열녀문을 세워주고 그 문중에 포상이 내리는 사회였다

여자의 원초적인 성의 비상구는 철저히 창살이 드리워

져 있었다.

이는 조선시대 성리학 이념의 폐쇄적 굴레에 반하는 획기적인

일로 그는 양반귀족들의 위선과 불륜을 대담하게 파헤치고

풍자하면서 인간의 본질적이고 은폐되었던 면을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이 그림에서 화백을 무었을 말하려 했을 까요.

신윤복은 풍속화를 통해 시대를 고발하거나 비판하기보다

현실을 긍정하고 낭만적인 풍류와 해학을 강조했습니다.

 

 

밑 그림은 에곤쉴레( egon schiele 1890~ 1918)의

가족이라는 작품이다

쉴러는 거장 구스티프 클림트(1862~ 1918)와 항시 함께

등장하는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단명한 천재 화가이다

유럽에서 1918년은 특별한 해이기도 합니다.

1918~1919년에 발생한 에스파냐 독감(인프렌자)로

유럽에서 총 감염자 6억 이상 , 사망자 2,300만 ~

5,000만명으로 기록되는 큰 재앙이 발생한 해 였다.

기록에 의하면 조선에서도 14만명 정도 감염으로 사망함.

 

“인간은 성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 한, 성에 대한

번민으로 괴로워하지 않으면 않된다고 생각한다“

“성을 부정하는 자야말로 추잡한 인간이며,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가장 비열하게 더럽히는 자이다 “

화가가 24일간 노이렝바흐, 그리고 장크트푈렌 구치소에

구속되었을 때에 일기에 적은 글이다

 

이 그림에는 에곤 쉴러와 부인 에디트 쉴러 , 그리고

태어나지 못한 태중의 아이( 1918년 작품)가 등장한다

1915년 에곤 실레는 에디트 하름스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각종 전시회에서 성공을 거두며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게 더 기쁜 소식은 바로

아내 에디트의 임신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 유럽을 휩쓸던

스페인 독감으로 결혼 3년 만에 에디트가 사망한다.

그것도 아이를 임신한 채로. 그녀의 임종을 지키며 그녀의

마지막 장면을 스케치로 남긴 그도 3일 후 같은 병으로 사망한다.

그의 나이 겨우 28세였다.

그는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가족>을 그립니다.

그림에는 세 개의 점이 나오는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점 ,애인 또는 부부간의 남녀의 결합은 기본적인

것으로 ,일대 일에서 머무는 한 직선 주변에는 그 것을

축으로 무수한 평면이 존재는 하지만 , 세 번째 점이

출현함으로 비로소 평면이 성립되고 안정을 갖게된다

즉 삶의 근원적인 형태가 부부 그리고 그들의 자식으로

구성되는 가족이라는 것이다

최초의 제목은 “ 웅크리고 앉은 한 쌍이 남녀” 였다고

한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이 <가족>이란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인프렌자 감염?)시선 또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레의 표정과 오른팔의 움직임은 무언지 모를

자신감을 말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부푼 기대와 희망이라고 할까요.

맨 뒤에서 가족을 품고 있는 자세가 자신감 넘친다.

아이는 해맑은 얼굴로 엄마 다리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 있고

엄마는 평온한 얼굴로 앉아있다.

세 사람의 구조는 안정적이고 평화롭다.

안타깝게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가 꿈꾸던 가족의 모습이다.

두 부부는 옷을 벗고 있고 황토색으로 채색되어 있는 데

아이는 침대 카바를 두르고 있어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목할 점은 실레가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 자신의 모습을

담아 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가족>을 보면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 중요성

그리고 위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이  상

 

**

2024.6. 6. 한바다.

'삶과 나 > 미술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영국의 작품 감상  (0) 2024.07.29
장욱진의 작품 감상  (1) 2024.07.17
해학 (한국인의 미의식)  (0) 2024.04.26
조선의 5대 궁궐  (1) 2024.04.19
이브의 보리밭  (0) 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