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창가 39

입문자 난 재배

** ** * 요령과 같은 형식으로 약술하고져 한다 ** * 책이나 전시회 등에서 난을 접하고 나면 누구나 "나도 한번 쯤 저렇게 멋진 난을 키워보았으면" 하는 욕심을 갖게 된다 청아한 향과 초세의 기품이 멋을 더해 난을 가꾸는 과정에서 얻는 정신의 정화작업을 엿들어 볼라면 쉽게 그 미련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혹시 친지나 이웃에 난을 가꾸는 분이 있어 지도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으나 모두에게 그런 행운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세상이치 좋은 난우회에 가입하여 난 가꾸기 기본부터, 재배관리인 거름주기, 물관리. 포기나누기 등 배양에서부터 어떤 종류의 난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다. 도시농부가 아니라면 춘란을 고집하게 되면 재배도 어렵고 난 재배의 참 멋과 맛을 잃기 쉽다. 동호인들과의 ..

사라진 길을 보았다.

** ** * 사라진 길이 아픈 건 발자국 때문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너가다가 마음을 헛디뎌 넘어진 날 나도 모르게 걸음이 먼저 찾아 와 볕 잘 드는 그림 속에 머물던 흐르는 길 하나 있기에 길을 가다가 버려진 목소리에 귀를 연 적이 있나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서서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그러나 자꾸자꾸 사무치면 흙이 되겠지 그리움이 맺히고 다져져 길이 된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어 서러운 날 온통 당신이 발자국이 찍힌 나를 보여 주고 싶다 ** *** “ 사라진 길을 보았다 ”/ 정지원 ** 시란 서정적인 사유를 비유를 통해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으로 개인이 의식 무의식으로 쓰는 현재적 신화라고 한다 이 시인에게 시란 매혹적인 知와 차가운 心을 가진 아픈 연인으로 그것은 막막한 설레임 ..

간이역

** ** * 산으로 겹겹이 싸인 간이역 하루에 몇 번 기차가 지나가면 그뿐 밭둑의 민들레꽃도 산길의 딱정벌레도 그 자리에 잠이든다 양지바른 절터엔 얼굴이 좀 얽은 돌부처가 서있다 산그늘이 가로 긋은 오후 3시 막차 시간이 돼가는가 잠자리 한 마리 날아 온다 구름과 바람과 세월 속에 무게를 느낄 수 없는 시간이 이 산골엔 이미 정해진 것처럼 새가 날아가는 쪽으로 해가진다 ** *** 간이역 1 / 시인 함동선(1930~ ? ) ** 연로하신 시인은 그의 詩論에서 “ 詩란 살아 있는 사람의 確認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확인이란 시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총체적인 물음이다. 시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과의 교류에서 현상화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대상과의 관계를 새롭게 ..

바다에 비가 내리네

****  바다에 비가 내리네내려선 간 곳이 없듯이 하늘에 구름이 지니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바람이 나뭇잎을 지나며지나선 건 곳이 없듯이 아, 사랑하던 사람이나미워하던 사람이나세월이 지나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너와 나지금가물거리는 거리 비가 내리며구름이 지나며바람이 지나며세월이 지나며 ***   “ 바다에 비가 내리네 ”/ 편운   조병화**六氣란 1년을 6등분한 것과  6가지 기후를 말한다1년을 6등분한 것은 대한, 춘분, 소만, 대서, 추분, 입동,소설       ( 1.2월, 3.4월   ~   9.10월, 11.12월 )이다 육기학에서는 기후는 6氣五行 만을 이용한다년기           사천                                    사지자오       소음 군화     ..

새의 비상

** **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 가끔은 편지대신 이슬 묻은 깃털 한 개 나의 창가에 두고 가는 새들 단순함, 투명함, 간결함으로 나의 삶을 떠받쳐 준 고마운 새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 . . ** *** “ 새 ” / 수녀 : 이해인 ** 삶의 근본적 속성은 만남(사랑)과 이별, 생성(탄생)과 소멸로 표시되는 이원적인 물과 불로 표상되었으며, 삶의 이미지는 뱀이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동그라미 꼴로 현상화 되었음을 보여 준다 뱀의 기어가는 모습에서 물의 흐름(水)을 입에서 뻗어 나오는 혀에서 불꽃(火)을 옛 선인들은 봤다 뱀은 먹는 것과 관계되는 삶의 원초적인 기능으로 상징화 되었는데 삶이라는 것이 근원적으로 다른 피조물을 먹는 행위, 먹고 먹히..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 **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긴 생각에 잠긴 시인의 애인처럼 서울의 나무들은 고요해지고 창을 열면 그늘에 살찐 서울의 여인들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걸린 가슴에 가을이 샌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 그리워서 잠시 머무는 계절 지금 평생 집을 가지지 않은 채 떠나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길에 여기저기로 구르는 벗이 있습니다 ... 계단에 내리면 무수히 흐트러진 사람들의 발자취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뚫린 내 가슴에 먼 시인의 애인처럼 가을이 걸린다 ** 시인 / 월탄 박병화 * * 한 곳에 영원이 머물 수 없는 것이 삶의 조건인가 시인은 삶의 유랑감 , 무상감에서 고독의 문제를 제기한다. 고독과 죽음의 이미지는 어둡다 고..

추석 명절에

**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시절에 불던 풀피리소리 아니나고 매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 고향 ” / 시인 정지용(1902~1950) * 이 땅의 가난은 개인적인 원인에 기인하는 가요. 아니면 사회적 역사적인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했을까요. 일제의 무단 수탈과 분단의 고된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회적 역사적 원인이 더 크게만 생각되어 집니다. 가난으로 떨어져 산 세월로 어머님을 모실 기회가 적었던 저에게는 지금도 산바람의 거칠게 부는 늦은 오후 어머니가 자기(손도끼)로 찍어..

가을 바람

** ** 산은 산대로 엄청난 풍요와 충만 가운데에서도 뿌리 깊은 고독과 허무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벌목정정(伐木丁丁) 라 하듯 산중 모두가 잠든 밤이면 근원적인 허적과 함께 생리적인 고독에 산은 홀로 신음하기도 한다. 산은 모든 것을 허락하고 사랑하되 스스로를 다 비우고 사는 성자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산에 들어 충만 속에 가득 고인 고요를 바라보면서 끝없이 용서하면서 겸허하게 살아야하는 삶의 교훈을 배운다. 우리가 땀 흘리며 애써 산을 오르는 것은 저 높은 봉우리를 유유하게 흘러가는 흰 구름의 생리 바람의 모습을 닮고자 하는 것이리라. 오늘은 두 시인의 삶의 노래를 들어 본다.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

四時長春

**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잎뿐이랴 창궐하는 역병(疫病) 죄에서 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 난다 긴 봄날엔 … 숨어사는 섧은 정부(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내다 본다 긴 봄날엔 . . . ** * 긴 봄날 / 허영자 ** 땀에 젖은 웃옷을 벗고 흐르는 냇물에 윗몸을 씻고는 맑고 투명한 기름진 냇물을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일행과 약속한 하산시간보다 오십 분 정도 일찍 내려와서다. 물속에 유영하는 송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 느끼는 감각은 냇물에도 겨울이 지나갔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문득 달력을 보니 우수(2월19일)가 벌써 지났고 경칩(3월5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저께 저녁에는 밤비가 와서 대지를 촉촉히 적혀주더니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고 눈과 비가 왔는데..

제주도의 나무

** ** 제주나무 * 나무를 소개하는 필자인 저도 태생이 제주인이지만 청소년기를 육지에서 오래 살다보니 제주도 風木石이 항시 그립다. 그러면서도 짧은 여정으로 막상 제주에 찾아 가보면 풍토의 변화로 이방인됨을 느낀다. 그 중에도 항시 좀 답답한 것은 일주도로변을 달리며 보는 가로수 , 개천 다리를 건너며 좌우로 스쳐 지나치는 수목들이 눈에 익은 것 같으면서도 낮설고 생소한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다 제주를 방문한 외지인들은 생기찬 상록수가 신기하고 보기는 좋은데 이름도 모르고 그렇다고 물어볼 마탕한 사람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제주 특유의 나무 이름들을 한 번 정리해야지 생각을 하다가 이 번에 손에 잡흰 '이성권'씨의 저서 '제주의 나무'를 읽고는 문득 늦었지만 이제는 몇 그루 정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