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창가/차 한잔 29

바다에 비가 내리네

****  바다에 비가 내리네내려선 간 곳이 없듯이 하늘에 구름이 지니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바람이 나뭇잎을 지나며지나선 건 곳이 없듯이 아, 사랑하던 사람이나미워하던 사람이나세월이 지나며지나선 간 곳이 없듯이 너와 나지금가물거리는 거리 비가 내리며구름이 지나며바람이 지나며세월이 지나며 ***   “ 바다에 비가 내리네 ”/ 편운   조병화**六氣란 1년을 6등분한 것과  6가지 기후를 말한다1년을 6등분한 것은 대한, 춘분, 소만, 대서, 추분, 입동,소설       ( 1.2월, 3.4월   ~   9.10월, 11.12월 )이다 육기학에서는 기후는 6氣五行 만을 이용한다년기           사천                                    사지자오       소음 군화     ..

새의 비상

** **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부지런한 새들 가끔은 편지대신 이슬 묻은 깃털 한 개 나의 창가에 두고 가는 새들 단순함, 투명함, 간결함으로 나의 삶을 떠받쳐 준 고마운 새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 . . ** *** “ 새 ” / 수녀 : 이해인 ** 삶의 근본적 속성은 만남(사랑)과 이별, 생성(탄생)과 소멸로 표시되는 이원적인 물과 불로 표상되었으며, 삶의 이미지는 뱀이 제 꼬리를 물고 있는 동그라미 꼴로 현상화 되었음을 보여 준다 뱀의 기어가는 모습에서 물의 흐름(水)을 입에서 뻗어 나오는 혀에서 불꽃(火)을 옛 선인들은 봤다 뱀은 먹는 것과 관계되는 삶의 원초적인 기능으로 상징화 되었는데 삶이라는 것이 근원적으로 다른 피조물을 먹는 행위, 먹고 먹히..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 **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긴 생각에 잠긴 시인의 애인처럼 서울의 나무들은 고요해지고 창을 열면 그늘에 살찐 서울의 여인들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걸린 가슴에 가을이 샌다 가을은 떠나는 계절 그리워서 잠시 머무는 계절 지금 평생 집을 가지지 않은 채 떠나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밤을 새워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는 벗이 있습니다 지금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길에 여기저기로 구르는 벗이 있습니다 ... 계단에 내리면 무수히 흐트러진 사람들의 발자취 임자 없는 가을의 거미줄처럼 뚫린 내 가슴에 먼 시인의 애인처럼 가을이 걸린다 ** 시인 / 월탄 박병화 * * 한 곳에 영원이 머물 수 없는 것이 삶의 조건인가 시인은 삶의 유랑감 , 무상감에서 고독의 문제를 제기한다. 고독과 죽음의 이미지는 어둡다 고..

추석 명절에

**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시절에 불던 풀피리소리 아니나고 매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 고향 ” / 시인 정지용(1902~1950) * 이 땅의 가난은 개인적인 원인에 기인하는 가요. 아니면 사회적 역사적인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했을까요. 일제의 무단 수탈과 분단의 고된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회적 역사적 원인이 더 크게만 생각되어 집니다. 가난으로 떨어져 산 세월로 어머님을 모실 기회가 적었던 저에게는 지금도 산바람의 거칠게 부는 늦은 오후 어머니가 자기(손도끼)로 찍어..

가을 바람

** ** 산은 산대로 엄청난 풍요와 충만 가운데에서도 뿌리 깊은 고독과 허무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을 벌목정정(伐木丁丁) 라 하듯 산중 모두가 잠든 밤이면 근원적인 허적과 함께 생리적인 고독에 산은 홀로 신음하기도 한다. 산은 모든 것을 허락하고 사랑하되 스스로를 다 비우고 사는 성자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산에 들어 충만 속에 가득 고인 고요를 바라보면서 끝없이 용서하면서 겸허하게 살아야하는 삶의 교훈을 배운다. 우리가 땀 흘리며 애써 산을 오르는 것은 저 높은 봉우리를 유유하게 흘러가는 흰 구름의 생리 바람의 모습을 닮고자 하는 것이리라. 오늘은 두 시인의 삶의 노래를 들어 본다.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

四時長春

**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잎뿐이랴 창궐하는 역병(疫病) 죄에서 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 난다 긴 봄날엔 … 숨어사는 섧은 정부(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내다 본다 긴 봄날엔 . . . ** * 긴 봄날 / 허영자 ** 땀에 젖은 웃옷을 벗고 흐르는 냇물에 윗몸을 씻고는 맑고 투명한 기름진 냇물을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일행과 약속한 하산시간보다 오십 분 정도 일찍 내려와서다. 물속에 유영하는 송사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 느끼는 감각은 냇물에도 겨울이 지나갔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늘 문득 달력을 보니 우수(2월19일)가 벌써 지났고 경칩(3월5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저께 저녁에는 밤비가 와서 대지를 촉촉히 적혀주더니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고 눈과 비가 왔는데..

반유 半有

** * *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둘도 흔들린다 나무 둘도 흔들린다 나무 셋도 흔들린다 이렇게 이렇게 나무 하나의 꿈은 나무 둘의 꿈 나무 둘의 꿈은 나무 셋의 꿈 나무 하나가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둘도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셋도 고개를 젓는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이 나무들이 흔들리고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이렇게 함께 * *** “ 숲” / 시인 강 은교 ** 공항 고속화 도로 좌우로 펼쳐지는 전철 구조물 과 운하 너머로 보이는 가로수와 숲이 생기를 머금고 초하를 노래하는 것 같다 영종교 다리위 도로옆 SOS 비상주차 틈새에 주차하고 멀리 끝없이펼쳐진 뻘톱과 섬들에 카메라 엥글을 마춘다 어제가 入夏라 그런지 스쳐가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현대인의 추구하는 아름..

시간에 대해

** ** 하루 종일 산만 보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물만 보다 왔습니다. 환하게 열리는 산 환하게 열리는 물 하루 종일 물만 보고 왔습니다 하루 종일 산만 보다가 왔읍니다. ** *** “ 하루 ” / 김용택 ** 요즘처럼 출퇴근에 매인 현대인에게 하루는 시계 속에 있다 그러나 우리 선인들은 하루를 해와 별에서 보와 왔다 얼마나 낭만적(?)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하루의 크로노미터(測시계)는 지구의 자전이라 한다 워낙 그 빛이 강해서 구름이 끼던 눈비가 오든 날이 기울고 동이 트면 새날이 시작되기 때문에 좀더 지적 기능이 요구되는 星日 보다는 먼저이다 밤하늘에 가득 점점이 박히듯 떠서 반짝이는 별은 그냥 그대로 거대하고 놀라운 하늘시계( 二十八宿수)로 東方七宿칠수인 각, 항, 저, 방, 심, 미...

시·공 時空과 나我

** * *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 " 낙화 " / 시인 : 이형기 ** 어제가 小寒이었으니 이제 계미년 보내고 갑신년을 맞는 送舊迎新 기다림의 시간이 2주 정도 남았다 歲米를 맞이하면 문득 찾아오는 물음이 시간. 공간 .그리고 “나”란 무었인가에 집중된다. 시간과 공간의 특성 중 최대 관심사는 時空의 파악적 특성으로 이..

무의식

** * 어느덧 세월이었다 눈과 귀를 이끌고 목마름에 서면 자주 가슴속을 드나들었던 침묵은 미처 못 다한 말이 있는 듯 가을을 넘어가고 열매만이 영웅의 일생을 흉내 낸다 저기 바람불지 않아도 펼쳐지는 시간의 전집은 나의 것이 아니다. 마른 잎이 끌리는 심장의 한 가운데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들은 나의 자식이 아니다 나는 다만 말의 잎사귀들이 서로의 몸에 입김을 눕힐 때 지팡이를 짚은 채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을 뿐 어떤 뉘우침도 빛이 되지 못했다. 고독한 문들이 기쁨을 기다리며 소유를 주저하지 않고 나를 다녀간 계절에게 홀로 있음을 눈치 채게 하여 업신여김을 받는 동안 시간의 젖은 늘어지고 시간으로부터 걸어 나온 환멸만이 거리를 매운다 어느 듯 평화에 수감된 목쉰 주름에 섞여 눈보라 치는 밤 결빙의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