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창가/차 한잔

사라진 길을 보았다.

haanbada 2023. 10. 28. 10:10

**

불확실한 전치사     김영주

**

*

 

사라진 길이 아픈 건 발자국 때문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너가다가

마음을 헛디뎌 넘어진 날

 

나도 모르게 걸음이 먼저 찾아 와

볕 잘 드는 그림 속에 머물던

흐르는 길 하나 있기에

 

길을 가다가 버려진

목소리에 귀를 연 적이 있나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서서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그러나 자꾸자꾸 사무치면 흙이 되겠지

 

그리움이 맺히고 다져져 길이 된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어 서러운 날

온통 당신이 발자국이 찍힌 나를 보여 주고 싶다

 

**

*** “ 사라진 길을 보았다 ”/ 정지원

**

 

시란 서정적인 사유를 비유를 통해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으로

개인이 의식 무의식으로 쓰는 현재적

신화라고 한다

 

이 시인에게 시란

매혹적인 知와 차가운 心을 가진 아픈 연인으로

그것은 막막한 설레임 , 바램이었다

앞길이 불확실한 시의 길 때문에 방황하고

마음 아파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마음을 헛디뎌 넘어진 날

사라진 길이 아픈 것은 발자국 때문이라고 말한다

 

/ 돌아갈 수 없는 것들 /은 시간이 지나간 것들로

화석화가 된 과거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남긴 발자국.

 

시간의 그림자들을 하나하나 들쳐보고 ,

길가에 버려진 

목소리에 귀를 열어젖힐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의 시간들이  찾아와

시간이 지나간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기득권자들의 집단적인 침묵에 의해

다른 삶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거나 외면되는 현실에서

 

삶의 힘찬 생명력을 시를 통해 담아내고 싶은

그리움(바램)들이 서로 맺히고 다져져

자랑스러운 길로 일어서고

그 길을 꿈꿀 수가 있는 것이다.

 

 

2019. 10. 2.

 

**

2023.10.28.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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