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라진 길이 아픈 건 발자국 때문이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건너가다가
마음을 헛디뎌 넘어진 날
나도 모르게 걸음이 먼저 찾아 와
볕 잘 드는 그림 속에 머물던
흐르는 길 하나 있기에
길을 가다가 버려진
목소리에 귀를 연 적이 있나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서서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그러나 자꾸자꾸 사무치면 흙이 되겠지
그리움이 맺히고 다져져 길이 된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어 서러운 날
온통 당신이 발자국이 찍힌 나를 보여 주고 싶다
**
*** “ 사라진 길을 보았다 ”/ 정지원
**
시란 서정적인 사유를 비유를 통해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으로
개인이 의식 무의식으로 쓰는 현재적
신화라고 한다
이 시인에게 시란
매혹적인 知와 차가운 心을 가진 아픈 연인으로
그것은 막막한 설레임 , 바램이었다
앞길이 불확실한 시의 길 때문에 방황하고
마음 아파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마음을 헛디뎌 넘어진 날
사라진 길이 아픈 것은 발자국 때문이라고 말한다
/ 돌아갈 수 없는 것들 /은 시간이 지나간 것들로
화석화가 된 과거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남긴 발자국.
시간의 그림자들을 하나하나 들쳐보고 ,
길가에 버려진
그 목소리에 귀를 열어젖힐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의 시간들이 찾아와
시간이 지나간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기득권자들의 집단적인 침묵에 의해
다른 삶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거나 외면되는 현실에서
삶의 힘찬 생명력을 시를 통해 담아내고 싶은
그리움(바램)들이 서로 맺히고 다져져
자랑스러운 길로 일어서고
그 길을 꿈꿀 수가 있는 것이다.
2019. 10. 2.
**
2023.10.28. 한바다.